눈을 뜨니 벌써 오전 11시가 되어 있었다. 새벽 5시가 다 되어 갈 무렵에 베드에 들었으니 대략 6시간 정도를 잤나 보다. 만약에 바로 샤워를 하고 출근을 했다면 여느 날처럼 평범한 하루가 되었을 텐데 베드는 따뜻했고 내 몸은 베드에서 떨어지기가 싫었다.
밥 먹을래? 남편이 물었고 잠시 후 짜장밥 하고 미역국을 가져다주었다. 식사 후 잠시 그릇을 내어 놓고 커피를 타러 부엌에 나간 것 외에는 내 방에 3-4시간을 가만있었다.
그렇지만 스토어 걱정은 되어서 아들에게 전화는 했다.
너무 추우니 엄마는 집에 계세요.라고 한다.
괜찮겠어?
네 지금 고객도 딱 2명 다녀 갔고 자기도 일찍 귀가를 하고 싶은데 도밍고가 오후에 온다고 했으니 기다리다 퇴근을 하겠다고~
아들이 귀가한 시간은 오후 5시 50분이었다. 아들이 좋아하는 음식이라도 해 주고 싶어 부엌으로 나갔다.
오후 5시에 운동음식으로 식사를 해서 지금은 시장하지 않고 운동도 쉬는 날이니 자기가 원할 때 스테이크를 궈서 먹겠다며~ 아이스크림? 하고 오히려 엄마에게 묻는다.
방금 양치를 했고 금방 자려고 한다고~ 답을 했다.
아침 식사를 한 후 방에 가만있는 아내에게 라면을 끓여 줄까? 하고 울 남편이 묻는다. 대답은 해야 할 것 같아서 젤 간단 대답을 했다. 네~
그래도 가만있기가 좀 미안하려고 해서 부엌으로 나갔더니 마지막 남은 신김치를 꺼냈다면서 김치통과 몇 가지 설거지 거리가 나와 있어서 하려고 했더니 지금 라면이 거의 다 되었고 불기 전에 먹어야 하니 놔두라고 자기가 하겠다고~
그래서 다시 내 방으로 들어와 가져다준 남편표 라면을 먹으려고 보니 라면은 이미 불어 있었다. 가위로 잘게 썰어서 가져다준 배추김치가 맛이 없어 보여서 내가 다시 부엌으로 나가 유초이 김치를 꺼내 먹을 만큼 라면 위에 얹어와 먹고 배추김치는 먹지 않았다. 만약에 내가 끓였다면 라면을 반 개만 끓였을 텐데 가만 앉아서 받아먹는 주제라서 입을 닫고 다 먹었다.
라면을 먹으면서 생각을 했다. 가끔씩은 출근하기가 좀 귀찮고 싫더라도 내 몸을 움직이는 동안은 내가 해야 하는 일이 있어야겠구나 하고 말이다. 여행도, 쇼핑도 싫어하고, 특별히 관심이 가는 취미도 없는 나에게 만약에 주어진 일도 없어서 집 안에 가만 틀어 박혀 있다 보면 더구나 1등으로 부지런해서 함께 사는 아내를 더 게으르게 만드는 남편을 가진 반면에 또 세상 그 어떤 것에도 별로 흥미인 데다가 좀 슬로하기까지 한 나 같은 성품을 가진 사람은 어쩌면 폐인이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오래된 집이라 싱크도 좁고 또 낡아 보인다. 그래도 만 25년째 살다 보니 익숙해져서 괜찮다. 젊을 때는 요령이 없어서 무거운 냄비나 접시들도 손으로 잡고 설거지를 하다 보면 팔목에 힘이 들어가 인대도 늘어나 팔목이 아프기도 했지만 이제는 싱크 가운데 가름막 위에 쿠션 역할을 하라고 부드러운 행주를 깔고 그 위에 놓고 하니 최근에는 요리하고 설거지하느라 팔목 인대가 아픈 기억은 없는 것 같다.
빈 라면 그릇을 설거지를 하다 보니 싱크대 거름망이 좀 더 깨끗했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 그래서 헌 냄비에 베이킹소다와 식초를 조금 붓고 스토브 앞에 지켜 서서 팔팔 끓였다. 그런데 그것만으로는 내가 원하는 만큼 깨끗해지지가 않았다. 그래서 헌 칫솔을 가져와 거름망을 씻어 보았지만 그래도 안 되었다. 그래서 페퍼타월로 닦았더니 얇은 막처럼 엉켜 있던 자세히 안 보면 잘 보이지도 않은 묵은 때가 불어서 인지 그제야 좀 새것처럼 깨끗해졌다.
그런 것 하느라 왜 힘을 빼냐며 울 남편이 역시나 한 소리 했지만 나는 속으로 생각을 했다. 오늘 이거라도 해서 속이 그나마 시원하다라며 나 스스로 맘의 위안을 삼았다.
울 집은 1978년도에 지은 집이라 거의 만 46년은 족히 되었을 것이다. 지을 당시만 하더라도 울 동네가 휴스턴 인근에서는 젤 좋은 동네라고 했다지만 지금은 휴스턴 외곽으로 더 좋은 동네들이 많이 생겼다.
2000년도에 울 가족이 미국에서 두 번째 구입한 현재의 집을 메모리얼이라고 불리는 동네에 같은 가격으로 집을 샀다면 지금은 현재 울 집 보다 두 배는 더 많이 올랐을 거라고 한다.
그렇지만 울 부부는 현재의 집에 만족을 한다. 이사 후 거의 25년 동안 지나갔던 그 많은 자연재해를 감사하게도 잘 피해 갔고 또 그동안 이사를 해 보려고 몇 년 사이로 두 번에 걸쳐서 다른 동네를 보고 다녔지만 울 집의 두 배 그 이상의 가격의 집을 보고 울 집에 들어오면 집 구조나 모양새가 울 집이 더 좋아 보이기 때문이다.
울 아들에게 아빠가 가끔씩 하는 말은 이 집에서 생을 마감을 할 테니 아빠가 멀리 떠나고 나면 그때는 네가 원하는 집으로 이사를 가라고~
부동산을 하는 친구 베로가 그랬다. 살로메 언니! 지금 휴스턴 인근의 새로 짓는 집들은 언니집 같은 집은 짓지 않는다고~ 땅을 아끼려고 좁은 땅에 자꾸만 위로 올리기 때문에 1층 집으로 언니집 구조처럼 넓게 지어진 집들은 찾기가 힘들다고~ 작년말 무렵 통화 시 그랬다.
사실 이 집에서 살면서 집수리 비용으로도 꽤 많은 돈을 지출을 했다. 에어컨디션도, 워터 히터도, 지붕도 각각 두 번씩 새로 하고 철 담장도 새로 했으며 옆마당의 패티오도 새로 올리고 파운데이션은 세 번째 다시 했으며 작년에는 대형 하수도 공사까지 하다 보니 수리 비용으로 만도 거의 집값 이상을 들어갔을 것이고 앞으로도 더 수리할 곳들이 눈에 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그 돈을 지불하면서도 지금껏 유지를 하며 살고 있으니 감사를 해야 할 것이다.
아들이 귀가 후 엄마 맘이 편안해졌는지 졸려서 미리 따뜻하게 달궈진 베드 안으로 들어가 깊이 잠이 들었다.
출근도 안 했는데 또 졸린 것은 어제 자정이 넘어서부터 오랜만에 화장대 위, 아래에 담긴 것들을 일일이 새로 다시 확인하고 정리를 했는데 그게 시간이 길어져서 이른 새벽에 베드에 들었기 때문이다.
살면서 뭐가 그렇게도 필요해서 쟁여진 게 그리도 많은지~ 그래도 하나하나가 나에게는 다 소중하다고 생각이 되기 때문에 하나도 버리지 않고 다시 다 잘 챙겨 찾기 쉽게 정리를 했다.
얼마나 잤을까? 아들이 아직도 곤히 자고 내 귀에 대고 조용히 물었다. 어머니 스테이크를 궜는데 지금 드실래요. 아니면 조금 있다가 드실래요? 엄마는 아직도 잠에 취해서 있다 먹을 게~ 라고 했다. 얼마 후 남편의 소리도 들렸다. 당신 너무 오래 잔다고~
실컷 자다가 깨어나 보니 밤 10시 45분이었다. 그래서 부엌으로 나가 스테이크를 가져와 먹었다. 한 김이 나갔는데도 오븐에 덥히기 싫어서 그냥 먹었는데 맛이 있어서 잘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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