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3시에 베드에 들었고
8시 무렵 잠시 깨서 주말극을 틀어 놓고는
다시 잠이 들었다가 깨 보니 오전 11시가 되어 있었다.
그 사이 아들이 짐에 가는 소리도 들었고
울 남편이 움직이는 소리도 들었으면서도
나름 깊은 잠을 잘 잤다고 생각한다.
소고기는 기름소금에 찍어 먹었고 상추 대신에 시금치, 오이, 토마토로 샐러드를 만들었다.
부엌에는 오전 11시 15분 정도에 나가
오후 2시 전에 점심을 준비해 차린 후
울 집 부자 점심 식사하는 것을 보고
나도 중간에 식사를 하느라 잠시 30분 정도
식탁에 앉아 있던 것 빼고는
내 손을 필요로 하는 이런저런 것들을 하다가
내 방으로 들어오니 오후 5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부엌일을 끝내고 막 손을 닦고 있는데
울 남편이 자기 방에서 나오면서
세상에나 휴일에 6 시간이나 부엌에 서 있냐면서
피곤하지도 않냐고 해서
내 몸이 할만해서 하는 거니까는 괜찮다고 했다.
울 아들은 어제 다리 운동을 많이 해서
좀 피곤해 보이는 모습이었고
오늘 일요일 짐에서 빨리 귀가를 했다.
울 남편도 코비드 백신을 맞은 후유증인지
몸 컨디션이 안 좋다고 했다.
또 남자들이 도와준다고 해도
어떤 일은 여자의 손길만 못하는 일도 있다.
오늘따라 냉장고 정리까지 하다 보니
유난히 설거지거리가 많이 나와서
내가 천천히 할 테니 다들 들어가서 쉬라고 했다.
식사 중에 울 남편 왈,
자기가 며칠 내내 몸 컨디션이 별로이었는데
갑자기 오늘 생각하니
코비드 백신접종 후유증이지 싶다고 했다.
매 매일 속이 불편하다, 혈압이 오른다,
어지럽고 머리가 핑 돈다. 등등~
울 남편의 아프다는 증상이 하도 복잡하고 많다 보니
나 아픈 것은 아예 명함도 못 내밀고
속으로만 삼키게 된다.
오늘도 부엌에서 내가 찾던 뭔가가 없어서
부엌에서 큰소리로 물어보면
남편이 갑자기 일어나다 어지럽다고 할까 봐
침대 곁으로 가만히 가서 조용히 물어보려고 했더니
나의 질문에 대한 대답 대신에
첫마디가 갑자기 위산이 올라온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뿐 아니라
머리가 복잡한 혈압 증상도 있다는 것이다. ㅜㅜ...
울 친정부친께서도 고혈압 이셨기에
남편이 혈압이 오른다고 하면 나도 모르게 맘이 쪼그라들어
무심코 하려고 했던 잔소리도 스탑을 하고 만다.
나 역시도 40대 중반부터 역류성식도염 증상이 있었고
그 불편함이 얼마나 큰지 알기 때문에
지난 수년간 소식(小食)을 하고
가능하면 인스턴트 음식과 외식도 피하며
직접 요리한 신선한 음식 위주로 식사를 해서 인지
그 후 지금은 위장약을 굳이 챙겨 먹지 않아도 될 만큼
많이 호전이 되었다.
신선한 터키햄이 있어서 샐러드에 넣었고 으깬 감자도 막 만들어 뜨거울 때 상에 놨다.
그런데 울 남편은 어제와 그제 점심도 피자,
오늘 아침에도 식빵 두 쪽, 망고 하나,
바나나를 두 개나 먹었다고 하고
테이블에 앉아서도 뭔가를 계속 집어 먹고 있다. ㅜㅜ...
그래서 잔소리를 안 하려고 했다가 나도 모르게 해 버렸다.
당신은 위가 아프다는 것도 당신의 표현에 비해
실제로는 참을 만 한가 보다고~
정말로 당신의 위가 표현처럼 그리도 불편하다면
아무리 입에서 당긴다고 그렇게 아무 음식이나
먹고 싶은 만큼 먹을 수는 없을 거라면서 ~
애호박부침과 두부부침이다.
아직 뜨거울 때 막 식탁에 올려서 인지
울 집 부자가 잘 먹었다.
점심 식사 후 먹고 남은 두부 부침은
두부조림으로 다시 탄생을 하였고
울 남편의 오늘 저녁 식사찬은 두부조림이었다고 한다.
나 어려서 가지나물은 늘 찜기에 찌거나 밥 위에 올려서 스팀으로 쪄 양념이 된 가지나물을 먹었다. 그런데 나의 혀는 전자레인지에 익힌 가지나물이 더 맛이 있다고 한다. 영양면에서는 어찌 되는지 나는 모르겠다. 시금치 이파리는 몇 장 잘라서 샐러드를 만들고 남은 것은 나물로 만들었다.
시간이 부족해서 가지나물과 시금치나물은
식탁을 차린 후에야 레디가 되었다.
부추와 오이 남은 것 5개로 부추오이김치를 담갔고 무 한 개가 남아서 채김치를 담갔다. 사실 위 재료로 다른 요리도 할 수가 있었지만 배와 사과껍질을 버리기가 아까워 김치소스를 만들다 보니 또 김치를 담그게 되었다. 부추는 사각 유리용기에 두 개의 양이 나왔고 무채김치는 사각용기 하나 가득 나왔다.
한국참외, 백도, 감 등은
제철에만 내가 사는 과일이라고 하면
울 집 냉장고 안에 사철 내내
당연하게 있어야 하는 과일은 사과와 배다.
나 어려서 먹던 배는
어린아이 얼굴크기만 한 나주 배이었다.
그 배는 정말 맛이 있어서
입에서 살살 녹을 정도이었는데
미 이민 후 내가 미국 슈퍼에서 첨 만났던 배는
모과 비슷하게 생긴 아주 못생기고
맛도 겁나게 없던 배라서 내가 그 맛을 보고 놀랐다.
어쩌면 같은 이름을 가졌는데 이렇게 맛이 없을까? 하고~
가격이 얼마이었는지
사 본지 하도 오래전(40년 전)이라 기억도 안 난다.
(미국인들은 한국의 맛있는 배 맛을 모르는 이가 많을 것이다. 감도 미국인들은 그 맛을 모르고 버리다가 한국인들 때문에 그 감 맛을 알게 되었다고(?) 내 주변이들에게서 들었다.)
그러다가 큰 한인마트들이 휴스턴 인근에 생기면서부터
한국 배를 사 먹기 시작했을 것이다.
사실 요즈음 한인 마트에서 한국배라고 적힌 배의 맛도
막상 먹어 보면 나 이민 전까지 먹었던
나주 배 맛보다는 덜하고 좀 많이 아쉬운 맛이지만
그나마 비슷한 맛이 나고
그런 배라도 사 먹을 수 있는 요즈음은
40년 전 휴스턴 살이에 비하면 양반이다.
(요즈음은 더 신선한 느낌이 드는 아시안 배를 난 더 자주 사는 편이다.)
고춧가루를 바꾸고 배와 사과껍질 외에도 미국 탠저린을 하나 더 넣어서 액젓, 새우젓, 식은 밥 반 주걱, 생강 한 톨, 마늘 적당히, 양파 4분의 1조각, 무 한 조각을 넣고 내가 끓인 육수를 재료가 잘 섞일 만큼만 조금 부어서 만든 김치소스가 아무 채소에나 섞어도 김치가 되고 소스 맛이 과일의 당분이 더 해져 내 혀는 참 맛있다고 한다.
내가 왜 갑자기 배 이야기를 하냐고 하면
나 어렸을 때 사과는 하루 4-5개씩 툭툭 베어 먹었지만
배는 껍질을 깎아 먹을 줄만 알았다.
그래서 배 껍질은 당연히 버렸다.
그런데 몇 년 전 어느 날 티브이를 보는데
초등생들의 배농장을 방문하는 체험 학습시간에
중년의 여 농장주가 어린 학생들에게
배는 껍질에 훨씬 더 많은 영양소가 있다고
설명하는 것을 들었다.
그래서인지 그다음에는 껍질을 버리기가 아까워
껍질을 주스로 만들어 먹어 봤는데
그 맛은 내 혀는 아니라고 했다.
냉면, 비빔국수, 과일샐러드를 자주 만들다 보면
배와 사과 껍질이 2-3일 사이에
플라스틱 통으로 하나 가득 나온다.
그래서 오늘도 그것들로 김치 소소를 만든 김에
부추오이김치와 무채김치를 담근 것이다.
더구나 울 가족은 김치찌개 외에는
김치를 소비하는 양이 많지 않기 때문에
여러 종류의 김치를
조금씩 자주 담가 먹는 것을 더 선호한다.
오늘도 위 김치를 담고도 소소가 남아서 냉동을 시켜 놨다.
내가 시간이 넉넉하고 쇼핑을 좋아한다면
자주 장을 보면 좋을 텐데
종일 스토어에서 움직이다가 보면
퇴근 시간에는 어디 들르는 그 자체가 귀찮고 싫어서
바로 집으로 직행을 하고 싶을 뿐이다.
그래서 마트에도 맘먹고 겨우 가다 보니
재료를 간 김에 좀 많이 구입을 하고는 한다.
그러다 보니
휴일인 오늘도 부엌에서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밖에 없었지만
남은 음식으로 출근 시 도시락 찬으로도 가져갈 수 있고
퇴근 후 주중에 굳이 요리를 하지 않아도
쉽게 식사를 할 수 있기에 나쁘지 않다.
또 억지로 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나는 나의 일요일 부엌에서 보내는 시간을 싫어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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