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일기

수.09.25.2024. 새 바지 10벌을 입어 보느라 힘들었다.

wild rose* 2024. 9. 26. 18:17

 

새벽부터 일어나 집 안을 왔다 갔다 하는

남편의 움직임을 느끼면서도

나는 잠을 이기지 못해서

평상시 보다 더 늦게 일어났다. 

 

난 아침이 조용한 게 좋은 데

시끄러워서 멍할 수가 없어서 일찍 출근을 했다.

일찍이라고 해도 정오가 넘은 시간이다.

 

장사는 참 안 되었지만

나는 새 물건을 꺼내서 걸다가 말다가 하면서

하루를 잘 보냈다.

 

일을 하면서 그동안 조금 멀리했던

벌거벗은 세계사 강의를 유튜브를 통해서 봤다.

 

난 대한민국에 태어나서

부모님을 통해 또 다른 어른들의 경험을 통해

일본인들이 한국인에 행했던 당시 만행들과 

또 히틀러가 자행했던 이스라엘인들에 대한 만행은

영상물을 통해 수시로 접했기에

그들에 대한 것은 머릿속에 각인이 되어 있었지만

유러피안들이 아프리칸들에게 자행했던 만행들은

각인까지는 되어 있지 않았었다.

 

문명이 발달된 현대를 살면서도

자기 목숨을 지탱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서로 다투다가 결국은 살인까지 저지르게 되면

정당방위라는 명목으로 무죄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자기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살상 무기를 가져와 무지한 아프리칸들을 위협해서

노예로 사고팔고 그들 땅에 있던 자원을 수탈하는 등과

똑같은 아니 그 비슷한 만행들이

아직도 세계 도처에서 전쟁이란 이름으로

자행되고 있는 것을 보면

인간들의 웃는 모습의 이면에는

얼마나 큰 악의 고리가 자리 잡고 있을지

기가 막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한편으론

일본ㄴ들은 참 재수가 없게도

하필이면 질기고 강한 성품을 가진

한국인의 땅을 욕심내서

강점기 36년 동안의 만행으로

앞으로도 더 긴 긴 세월을 두고두고

거기에 대한 대가를 치러 가야 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시간은 오늘도 잘도 흘러서 퇴근을 했고

울 남편은 내가 귀가하는 시간에

딱 맞춰 양치를 하고 있다 보니 

역시나 전화를 늦게 받아서

내가 철문과 현관문을 열고 들어왔다.

 

울 아들은 운동을 가고 없었고

난 부엌으로 나간 대신에

내 방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남편이 끓여준 누룽지와 토하젓으로 저녁 식사를 했다.

 

남편이 없을 때는

아들 저녁도 더 신경 써서 차려 주었는데

어느새 내 몸은 내가 안 해도 알아서 다 할 텐데 하는

귀차니즘으로 변해 있었다.

 

가만 보니 내가 늘 사용하는 마사지 주사기도

늘 베드에 놓고 있었는데 

내 눈에 안 보이는 곳으로 들어가 버렸고

부엌도 어느새 남편화가 되어 있었다.

울 남편은 여자로 태어났으면 더 좋았을 뻔했다.

 

내가 싱크대 위에 뭔가를 올리려고 했더니

그 장소에서 지금 막 다리미 사용을 해야 된다고 한다.

 

난 남편이 없을 때 다리미를 사용할 일도 없었고

구두를 닦을 일도 없었고

가끔씩 돋보기와 전화기가 클린이 필요할 때면

그때그때 닦고는 했다.

 

목욕 시, 또 욕실에서 손을 닦을 때

자주 사용하는 가제 수건을 빨아서

일반 공기에 말리기만 해서

다리미로 다려 소독을 시키고 싶은 적은 있었지만

그것도 미처 하지 않을 때 남편이 왔고

이제 울 집 다리미도 부지런 주인을 만나

더 바쁘게 일을 하기 시작했다.

다리미도 피곤할 것이다. ㅎㅎ...

 

어제부터 입어 보라고 한 새 바지를

귀찮아서 오늘 귀가 후 입어 본다고 했는데

그것도 귀찮아서 안 입어 봤는데

기어이 오늘 저녁에 입어 보라고 한다.

 

그래서 입어 봤더니 바지 사이즈는 다 맞고

9벌은 몸에 딱 붙을 정도로 잘 맞고 1벌만 조금 엉성한데

그래도 사이즈가 맞으니 입을 수는 있을 것이다.

 

난 돈을 덤으로 준다고 해도

옷 사러 다니고 이런 것이 별로인데

울 남편 덕분이라고 하는 것은

어딘가 여행을 떠날 때

외출복 걱정은 안 해도 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