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10시 무렵에 베드에 들었다가 새벽 4시 전에 잠에서 깨어 아침 8시 넘어서 다시 잠이 들었다. 달콤 수면을 3시간이나 더 잤고 기상해 보니 울 아들은 지붕 위에 올라가 있었다. 아마도 이 집을 산 후 처음으로 올라가 본 지붕 위가 아닐까 짐작해 보는데 그동안 아빠가 매번 하는 일이었는데 오늘은 웬일로 아들 차지가 되어 있었다.
지붕 위에 엄청나게 떨어져 있는 낙엽을 치웠다고 한다. 모기 퇴치스프레이를 뿌리고 올라갔어도 등허리, 팔뚝, 종아리에 7-8 군데를 물려서 샤워 후에 연고를 발라 주었다.
평상시 거의 안 해 봤던 순두부찌개를 끓였다. 그래서 요리 영상 3개를 봤는데 그중에서 "엄마의 손맛"의 영상이 젤 쉽게 나에게 다가왔다. 난 사실 두부류를 좋아하지 않았다. 주 메뉴가 순두부찌개인 식당에 가서도 어쩌면 저이들은 저렇게 맛있게 먹을까 쳐다보고 있던 1인이었고 내 몫의 찌개를 나름 열심히 먹는다고 먹었어도 나중에 보면 뚝배기 가득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을 보고는 했었다.
그래서인지 나이가 꽤 든 2-3년 전부터야 부드러운 두부가 눈에 들어왔고 부침, 조림 등을 가끔씩 하기 시작했고 된장찌개에도 잘 안 넣던 두부를 넣기 시작한 것이다.
오늘 맘먹고 끓인 내 인생 첫 순두부찌개는 울 부자에게 인기이었다. 평상시 내 요리보다는 더 얼큰 짭짤했고 새우젓과 참치액젓으로 간을 해서 아무래도 더 개미가 있었을 것이다. ㅎㅎ...
순두부찌개가 맛있다며 세 번이나 더 떠먹고 한국고추도 맛있다고 하나를 쌈장에 찍어 먹은 울 남편은 식사 마무리 무렵에야 맵다고 혀를 내민다. ㅎㅎ... 울 아들은 매운 것을 좋아해 스리라차 핫소스를 평상시에 잘 먹어서 아무렇지도 않다고~
남편에게 과일 샐러드로 매운 혀를 달래라고 했다. 요리사가 권한 빨간 청양고추 대신에 할라피뇨 붉은 고추를 하나 다 넣은 것도 아니고 반 만 넣었는데도 매운맛이 다른가 보다. 어쩌면 남편이 하나를 다 먹은 커다란 한국고추가 더 매웠을지도 모르겠다. 난 매운 것을 잘 못 먹어서 평상시 음식을 맵게 안 하는데 웬일로 울 남편 혀를 맵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오겹살 두 덩이를 삶았고 너무 뜨거울 때 썰어서 모양이 안 잡혔지만 맛있게 먹었고 좀 남은 것은 저녁 식사로 먹으면 될 것이다.
상추, 토마토, 벨페퍼를 넣고 심심, 새콤, 달짝하게 무친 약한 양념이 된 채소 샐러드이다. 내 입에는 프렌치나 이탈리안 소스를 친 것보다는 훨 더 맛있는 양념이다. 올리브오일만 넣어 먹어도 재료 본연의 맛으로 괜찮을 것 같은데 워낙에 한국인 입맛이다 보니 매 번 한식 양념을 하게 된다.
가지나물, 콜슬로, 콩나물, 무생채도 하려고 했지만 11시 45분부터 시작한 식사 준비라서 시간이 없었다. 점심 식사는 오후 1시 50분에 레디가 되었다. 울 남편은 아침 내내 움직이다가 피곤하다며 잠시 베드에 누워 있어서 아들에게 아빠를 조심해서 깨우라고 했다.
울 남편이 식탁을 보면서 늘 하는 말은 똑같다. 네 엄마는 잠깐 사이 뭘 이렇게 많이 했다니? 하면서 식탁에 앉았다.
아빠도 아들도 엄마에게 어서 와서 함께 먹자고 했지만 어질러진 싱크대 주변을 대충 정리하고 설거지도 다 끝낸 후에야 식탁에 앉았고 순두부 맛을 보려고 조금 떠서 먹었더니 음~ 먹을 만큼의 맛이었고 혀를 내밀만큼 맵지도 않았다.
사실 나는 음식 평가를 좀 인색하게 하는 편이다. 배고프면 다 맛있다. 양념 많이 들어가면 다 맛있다. 음식 맛은 다 거기서 거기 아닌가 시장하니 별 맛을 모르고 먹는다. 이런 식의 평가를 하는 이들을 보면 좀 이해가 안 된다. 그런데 그것은 철저하게 내 혀의 기준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꼭 맞는 평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식사 후에 나온 설거지는 남편과 아들이 했다. 난 찌개 조금에 점심을 먹은 후 30분 정도 내 방에 들어와 잠시 휴식을 취하다가 다시 부엌으로 나가서 삼계탕을 안치고 배추 이파리 7장, 배, 사과, 적양배추, 당근, 벨페퍼, 그린 어니언, 고추 등등 조금씩 남은 채소를 넣고 물김치를 담갔다. 맛은 아직 모르겠다.
가지도 꽤 길고 큰 것이 하나 남아서 육수가 끓는 사이 가지나물도 해 놨다. 엄마가 아직도 부엌에서 미처 못 마친 요리를 하고 있을 때 울 아들이 오수를 즐기다 나와서 잠이 좀 깨면 아빠 생신 케이크를 베이크 하겠다고 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컵케이크를 하나 가져다주었는데 따뜻할 때 먹으니 더 맛이 있다.
아빠 생신 케이크는 아직 좀 더 기다려야 레디가 된다고 해서 엄마 외출복으로 바꿔 입기 싫어서 사진을 못 찍겠다고~ 했더니 남편이 내 말을 듣고 무슨 사진은 사진이냐면서 그런 말 하지도 말라고~ 한다. 부엌일을 다 마치고 내 방으로 들어오니 오후 6시가 되기 직전이었다.
저녁 식사로 남편은 삼계탕에 먹었다고 하고 울 아들은 피자를 궈 먹었다고 한다. 나도 할라피뇨 피자 한쪽을 가져다줘서 먹었는데 피자 먹고 나는 맛이 있다는 소리는 안 나온다.
베드에 드려고 하다가 큰언니랑 보이스 톡을 했고 막 마치고 나니 고친 태문이한테 전화가 와서 또 한참 동안 통화를 했다.
졸려서 이만 베드에 들어야겠다. 하고자 했던 것들을 잘 마치고 내 가족 맛있게 잘 먹어 배 부르고 웃으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오늘 하루가 참 행복하고 편안해서 감사의 기도가 나왔다.
'2024년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화.07.23.2024. 치과에 다녀왔다. (0) | 2024.07.24 |
---|---|
월.07.22.2024. 하이디가 벌에 쏘였다고 한다. (0) | 2024.07.23 |
금.07.19.2024. 아침 잠을 깨우면서 카레를 했다. (21) | 2024.07.20 |
월.07.08.2024. 아직도 티브이에서는 허리케인 뉴스는 계속되고 있다. (6) | 2024.07.09 |
일.07.07.2024. 눈으로도 음식을 먹는 다는 울 아들 (4) | 2024.07.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