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일기

일.07.07.2024. 눈으로도 음식을 먹는 다는 울 아들

wild rose* 2024. 7. 8. 07:02

새벽 3시 33분에 베드에 들자마자 코하고 잠이 들었다가 일요일 아침 10시 26분에 기상을 했다. 머리를 빗고 묶은 다음에 대충 소금물로 입 안을 헹군 후 부엌으로 나갔다. 그리고 울 아들이 짐에서 귀가한 정오 무렵까지 아직 식사 준비가 완료가 되지 않아서 아들이 내 곁에서 이런저런 도움을 주었다.

 

들기름에 군 배추김치

주일 점심 식탁에서만 사용하는 각자의 은수저 세 벌도 치약으로 닦아 달라고 부탁을 하였고 새우젓, 고춧가루, 소고기 등등도 냉장고에서 가져다주었고 과일 샐러드에 마요네즈도 믹스해 주었고 들기름에 김치도 궈 주었다.

 

소금물에 약간 데친 왕새우 1파운드

덕분에 오후 1시가 되기 전에 식사를 시작할 수가 있었다. 오랜만에 가족 3명이 앉아서 식사를 하였는데 난 식사를 하기 전에 군김치를 먹기 좋게 가위로 잘라 주었고 새우껍질을 먹기 편하게 손으로 다 벗겨 준 후에 자리에 앉았다.

울 아들은 오랜만에 가족들끼리 함께 하는 식탁을 약간의 감동으로 잠시 쳐다보다가 맛있게 식사를 하였다. 귀찮으니 까는 하지 마라~ 를 울 남편은 입에 달고 살지만 아들도 이렇게 맛있게 잘 먹고 남편 역시도 뭘 이렇게 많이 차렸냐고 칭찬을 하며 자신도 맛있게 먹으면서 왜 습관처럼 하지 말라는 소리를 그렇게 입에 달고 있는지 모르겠다.

나 왈, 당신과 울 아들이 맛있게 먹어서 나는 엄청 기분이 좋다고~ 그리고 울 아들이 엄마에게 한 말이 있는데 자기는 음식의 맛도 중요하지만 눈으로도 먹는다고 했다고~ 그 뜻은 귀찮아도 가족끼리 깨끗하게 차린 식탁에 앉아 먹는 것을 선호한다는 뜻이 아니겠냐고~ 가까이 사는 친인척도 없이 먼 나라 미국에서 아들을 외롭게 키웠으니 앞으로는 가능하면 일요일 식사 자리를 못하게 하는 표현을 하지 말라고~ 했더니

왈, 당신 힘들까 봐 그런다고 몸도 아프면서 지금 몇 시간을 부엌에서 서 있지 않았냐고~ 한다. 답을 했다. 할만하니까 하는 거라고~ 하라고 해도 내 몸이 안 따라와 주면 절대 안 한다고~

생각해 주는 것은 고맙지만 목소리도 큰 사람이 너무 여러 번 반복해 말을 하니 나도 모르게 따르고 있지 싶고 그게 가스라이팅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인생 뭐 있나~ 맛있는 식사 해서 배 부르고, 건강하고, 맘 따뜻 몸 편하면 되는 거지~ 남편은 성질이 급해 젤 먼저 수저를 놓고 아들과 나는 이런저런 대화를 하며 더 천천히 먹고 아들에게 엄마의 옛날이야기도 해 주었다.

엄마 초등 시절에 식사 후 맛있다고 하면 당시 밥을 해 주던 도움이 언니가 대개 좋아했는데 지금 엄마가 그 맘을 이해를 한다고~ 특히 엄마는 고기나 이런 것 먹고 맛있다고 한 기억은 없고 신김치로 김칫국을 끓였을 때 맛있다는 말을 많이 했다는 것이 기억이 난다고~ 했더니 아들이 흥미롭게 잘 들었다.

또한 엄마 젊을 때는 집에 늘 손님을 초대하고 싶었는데 이제는 아니라고~ 엄마 어려서는 대가족 속에서 살았기에 사람들과 만나서 함께 어울리는 것을 좋아했는데 이제는 가족끼리 함께 하는 시간이 훨 더 편안하고 소중하게 느껴져서 인지 그 시간들을 훨씬 더 선호한다고~ 했다.

울 남편은 미국 생활 첨부터 그랬다. 지인들과 오고 가며 친한 것은 좋은데 우리는 늘 일을 많이 하는 사람이라서 지인이 다녀간 다음날은 당장에 내 몸이 피곤하니 불편함을 느낀다고~ 그래서 당시는 내가 좀 섭섭했는데 긴 시간을 지나고 보니 나 보다 7살이 더 많은 남편말이 절대 틀린 말은 아니었다. 남편말이 틀리지 않다는 이유는 언젠가 다시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아무튼 식사 후 뒷정리와 설거지를 하면서 틀어 놓은 아이패드에서 남친여친 커플이 서로 관심을 가지고 사귀기 시작할 때 8시간을 대화를 했다는 내용이 나와서 아들에게 물었다.

넌 여친이랑 8시간 이야기할 수 있냐고? 아들 왈, 자기는 기절할 거라고~ 하면서도 단서를 붙였다.

만약에 자기가 너무너무 좋아하는 사람이고 맘이 잘 맞는다고 하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자기는 대화를 즐기는 사람은 아니라고~ ㅎㅎ...

 

오겹살이 삼겹살보다 퍼 파운드에 50센트가 비쌌지만 요새는 오겹살을 산다. 왜냐면 삼겹살에는 뼈도 함께 하기 때문이다. 오겹살을 어제 파운드 당 6.99를 주었고 저만큼의 12불 74센티어치다.

끓는 물에 고기를 넣고 와인 조금에 월계수 잎 몇 장을 넣어 초벌을 삶아 낸 다음에 냄비 바닥에 채소 찌꺼기(파, 양파, 무, 당근껍질 등과 셀러리 거친 부분)와 생강, 마늘을 넣고 고기를 그 위에 얹은 담에 물의 양은 블랙커피를 타서 한 잔만 부은 다음에 된장 한 스푼을 고기에 바르고 물이 끓기를 기다리다가 끓기 시작하면 뚜껑을 덮고 스토브 불 세기는 반에 반으로 줄인다.

30분 뒤 고기의 위아래 바꿔 주고 다시 30에서 45 분 정도를 더 끓여 준다. 대신에 냄비는 두터워야 하고 불은 세지 않게 해서 가능하면 식사하기 직전에 썰어 놓는다. 울 남편은 부드럽게 먹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어제도 부러 비계가 더 많이 보이는 것을 골랐다.

 

애호박 반 개, 양파 4분 1, 할라피뇨 3분의 2개, 잘게 썰은 기름기 없는 소고기 조금에 미리 만들어 놓은 육수를 붓고 된장 한 스푼, 고추장 반 스푼, 고춧가루 반 스푼을 넣고 소고기가 익을 만큼만 끓으면 두부 반 모를 넣고 한소끔 만 더 끓여서 썰어 놓은 파를 올린 담에 바로 식탁에 놓으면 된다.

어떤 이들은 된장뚝배기는 오래 끓어야지 맛있다고 하는데 내 혀는 소고기, 감자 등 단단한 재료가 익기만 하면 바로 꺼내야지 맛있다. 참! 고친 태문이가 사 준 동전 육수도 오늘 두 개 넣었다.

된장찌개를 울 아들이 잘 먹었고 치아가 아직 힐링이 안 된 나도 국물과 두부 그리고 호박이 아픈 입으로도 충분히 부드러워 맛있게 먹었다.

 

소스는 쌈장, 초고추장, 새우젓, 고추냉이 간장소스 등 4가지를 식사 직전에 만들어 놨다.

 

시간이 부족해서 하려고 했던 가지, 호박, 무나물은 시작도 못했다.

식사 후에 사 온 소고기로 미역국을 끓일까 카레를 할까? 부자에게 각각 따로 물었더니 아들은 미역국!이라고 답을 했고 남편은 카레가 더 낫겠다고~ 한다. 그래서 두 가지 다 낼 아침에 하려고 한다.

 

사과와 배 각각 반 개씩, 삶은 계란 3개 그리고 셀러리와 딸기가 들어간 과일 샐러드는 오늘도 실망시키지 않고 맛이 있었는데 이유는 과일들이 다 맛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딸기가 한 달여 전에는 싱싱하지도 않은 게 비싸기만 하더니 이번에는 적당한 가격에 맛도 괜찮아서 딸기가 별로인 나도 한 조각 집어 먹었다.

 

내가 지난번에 사다 놨던 이스라엘 산 토마토가 아직도 남아 있어서 더 무르기 전에 빨리 먹으려고 사용을 했고 페르시안 오이 하나, 상추를 넣어 만든 상추 샐러드는 오이를 싫어하는 울 아들도 잘 먹었다.

해 놓으면 늘 맛있다고 젤 잘 먹는 메뉴로 하다 보니 하는 레시피는 이미 손에 익어서 괜찮은데 그래도 시간이 걸리는 것은 아마도 나의 오늘이 어제 보다는 더 나이가 들어서 일 것이다.

 

나를 위해 배와 사과도 평상시 보다 더 얇게 썰었다. 오늘 한 음식이 먹기가 힘이 들면 죽을 쒀 먹으려고 했는데 어제보다 힐링이 조금은 더 되었는지 새우도 몇 개 맛있게 먹었고 돼지고기도 3-4점 먹었다. 그리고 과일 샐러드도 먹을만했다.

남편은 역시나 설거지를 자청했지만 노 땡큐! 했다. 내가 더 쉽게 요령껏 하기 때문이다. 울 아들은 부엌에서 채소나 접시를 닦을 때 사용했던 페퍼 타월로 초벌 설거지를 다 해 주었다.

식사 후 내 방에 와서 앉으니 오후 4시 무렵이었고 순간 졸린 듯했지만 밖에서 들리는 바람 소리가 심상치 않아서 티브이를 틀고 허리케인 뉴스를 보다 보니 졸림이 사라져 버렸다.

그때 아들이 들어와서 어제 운동을 안 간 이유가 숄더와 등허리 근육이 아프다고 해서 잠시 마사지를 해 주었다. 울 아들은 엄마 힘들다고 극구 사양을 했지만 엄마는 해 주었고 또 아들은 5분도 안 되어 금방 일어나며 엄마 쉬시라고 한다.

지금은 저녁 8시가 다 되어 가는데 빗소리도 바람소리도 들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