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 좋은 글들

엄마는 그래도 되는줄 알았습니다 - 심순덕

wild rose* 2019. 9. 24. 01:59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찬밥 한 덩이로 홀로 대충 부엌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겨울 냇물에서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 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배부르다, 생각 없다, 식구들 다 먹이고 굶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발뒤꿈치 다 헤져 이불이 소리를 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손톱이 깎을 수조차 없이 닳고 문드러져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가 화내고 자식들이 속 썩여도 전혀 끄떡없는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그것이 그냥 넋두리인 줄만

 
한밤중 자다 깨어 방구석에서

 

한없이 소리 죽여 울던 어머니를 본 후론

 

아!

 

엄마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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