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맑고 화창했다. 그러나 쌀쌀하게도 느껴져서 토끼털 목도리가 따뜻하게 느껴졌던 하루이었지만 또 스토어에서 움직이면 더워서 풀기도 했던 하루이었다.
출근하니 소리 없는 미소로 엄마를 반기는 울 아들의 잔잔한 미소가 함께 했다. 남편과 함께했던 지난 세월이 정신이 없이 바쁘고 귀가 늘 시끄러웠다면 울 아들과 함께 하는 현재의 시간은 너무 조용해서 좋다. 그동안 듣는 귀가 너무 고생했으니 이제는 좀 조용히 살아라 하고 주님이 내게 주신 선물처럼 지내고 있는 요즈음이다.
사실 집에서 울 남편은 별로 시끄럽지 않다. 집에서도 말하는 목소리는 크지만 너무 말을 많이 하지 않고 아내의 시간을 존중해 주어서 내 시간을 방해하지 않는다. 집에서 마저도 시끄럽게 했다면 내가 진즉에 멀리 도망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는 아니고 결혼하자마자 울 아들이 생겼고 울 아들이 내 곁에 있었기에 난 단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는 아니고 딱 한 번 내 입으로 이혼하자고 한 적이 있다.
이유는 울 부모님께서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하셨을 때인데 울 남편의 이상한 성격 때문에 내가 남편과 함께 차를 타고 가다가 스탑 사인에서 차가 멈출 때 차에서 내려 버린 후 울면서 1 블락 정도의 길을 걸어서 김언니 집까지 갔다.(다행히 그 당시 김언니가 동네 입구의 코너집에서 남편과 함께 카 워시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김언니집 부엌 싱크에서 울어서 엉망이 된 얼굴을 씻고 조이스 언니에게 데려다 달라고 해서 조 언니랑 시간을 보내다가 그때부터 부모님이 한국에 돌아가실 때까지 남편과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지낸 후 부모님을 뉴욕 공항까지 배웅을 해 드린 후 휴스턴 공항에서 집에 도착하자마자 당신과는 더 이상 안 살 테니 당장에 이혼하자고 했다.
조건은 집은 팔고 나란히 붙은 아파트를 얻은 후 아들이 엄마아빠의 부재를 느끼지 않게 하자는 것이었다. 그때부터 울 남편은 한 달 이상을 말조심 성격조심을 했고 지금까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