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일기

월.12.23.2024. 김치를 담근 후 출근을 했다.

wild rose* 2024. 12. 24. 14:36

토요일 배추 2 포기를 샀는데 포기의 사이즈가 꽤 컸다. 그리고 배추 1 포기가 또 냉장고 2에 꽤 오랫동안 보관 되어 있었는데 다행히 아직 살아 있어서 3 포기를 일요일 오후에 간을 했다가 월요일 오전에 그것들이 김치로 태어났다.

 

배추 3 포기를 썰어 놓으니 양이 생각보다 많아져서 4번 정도를 위아래 자리 바뀜을 해 주었다.

나름 소금을 많이 사용한다고 했지만 하룻밤이 지났어도 아직 배추는 살아서 밭으로 가려는 모습이었다. 그래도 뭐 매번 김치 담기 전 같은 모습이니까는 김치로 담가도 괜찮을 것임을 나는 안다. 김치는 과학이라고도 하는데 나의 관점에서는 김치는 매직이다. 재료도 많이 있으면 있는 데로 없으면 없는 데로 넣어도 다 같은 이름의 김치로 태어나니 말이다.

갑자기 1985년도 3월의 어느 날이 생각이 난다. 한국에서 뉴욕 도착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았는데 큰동서인 형님이 배추 3 포기를 사 와서 날 보고 김치를 담그라고 했다. 난 그때 김치를 담가 본 적도 없었고 김치 담그는 것에 관심을 가져본 적도 없었다.

 

눈이 펄펄 내리는 어느 겨울에 울 집에서 식당방이라고 불렸던 방에서 엄마가 배추를 소스에 비비는 모습을 몇 번 본 게 전부이었고 엄마가 김치 한 조각을 곁에 있던 내 입에 넣어주면 맛있게 한 입 먹은 게 전부 이었던 나 인지라 잠시 흠~ 하다가 그때 가진 나의 지식, 학식, 그동안의 눈팅들을 총동원해서 김치라고 담가 놨더니만 울 시모님의 김치랑은 보기에도 천지차이었는지 큰동서는 두 번 다시 생배추는 사 오지 않았고 대신에 담가진 김치를 병째 사 들고 오셨다.

 

그럼 그때 내가 담갔던 어설픈 김치는 다 어디로 갔을까? 아마도 내 혀에는 먹을만해서 나 혼자 그것을 다 먹지 않았을까 하고 잃은 나의 기억에서 억지로 끄집어내어 짐작해 본다.

 

김치양념이 조금 부족한 듯했지만 그러면 어떠랴 부족하면 부족한 데로 담가도 배추가 김치가 되면은 거짓말처럼 제 한몫을 다 하니 말이다.

 

한 번도 큰 김치통에 억지로 넣어 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통이 작게 느껴질 정도라서 김치통에 김치를 넣은 후 꾹꾹 눌러서 담았다. 싱크 위에서는 눌러도 힘이 덜 들어가서 바닥에 내려놓고 억지로 세게 눌러서 겨우 뚜껑을 닫아 냉장고 2에 바로 넣었다.

 

요령껏 담갔더니 붉은 고춧가루 자국도 덜 푼산하고 설거지도 너무 어렵지 않았다. 대신에 출근이 급해서 서두르느라 김치사진까지는 찍지 못했다.

 

 

정오 무렵에 출근을 했더니 남편이 일찍 출근해서 있다가 나 도착하니 바로 퇴근을 한다고 했다. 마침 현이언니표 깍두기와 밭에서 길렀다는 부드러운 상추가 보이길래 그것들은 남편 편에 집으로 바로 보냈다.

 

 

뉴욕의 데릭한테도 카드와 초콜릿이 도착해 있었다. 1993년도부터 2010년 까지도 꽤 많은 선물들을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넘치도록 받고는 했는데 좋았던 경기가 사라지자 컴퍼니들이 보내 주는 선물도 점점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도 데릭만큼은 쉼 없이 잊지 않고 선물을 보내는 성의가 고마워서 잘 받았다는 메시지와 함께 내년에 보자는 멘트도 함께 보내 주었다. 그 뜻은 아무리 경기가 없어도 아직 너네 회사 하고는 거래를 하고 싶다는 뜻이다. 데릭의 물건은 퀄리티도 가격도 꽤 좋아서 바잉을 거절할 이유도 없다.

데릭에게 보낸 메시지와 데릭의 답이다.

오늘 장사는 예전에 비하면 기가 막히는 매상이지만 요즘 경기에 비하면 이만하느라 애썼다고 할 정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