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일기

월.09.30.3034. 게으름이 심한 요며칠

wild rose* 2024. 10. 1. 13:29

 

귀가 후 가만있었다.

그냥 움직이기가 싫었다.

사람의 게으름은 맘먹기에 달린 것 같다.

너무 부지런한 남편이 곁에 있으면

나도 모르게 게을러진다.

 

게으른 덕분에

어제도 오늘도 아들이 엄마 밥을 차려 주었다.

 

아들에게 엄마가 물어는 봤다.

뭐 먹고 싶은 것 있어? 하고

그러면 매 번 괜찮다고 암 껏도 하지 말라고 한다.

그럼 난 더 게으르고 싶어 진다.

 

오늘 아침에는 남편이 캔고등어로 감자를 넣고 조림을 해 놨다.

그래서 그걸로 도시락을 두 개를 쌌다.

 

왜냐면 지난번 하이디가 고등어조림 이야기를 했기 때문이다.

방문했을 때 한번 먹어본 기억이 있어서

그녀가 먹고 싶다는 느낌으로 내게는 들렸다.

그래서 오늘 퇴근길에 가져다주고 싶었다.

아직도 미처 못 건네준 쌀 1포대랑 함께 ~

 

내 것은 작은 것 한 토막과 감자조각 2피스~

하이디 것은 냄비에 남은 것 전부 다와

밥도 내 것보다 훨 더 많이~

 

그런데 퇴근길 전화를 셀폰으로 3번, 집폰으로 1번 다 안 받는다.

그러면 저녁에라도 전화가 올 텐데

전화를 안 하는 것을 보니 아마도 삐졌나 보다.

 

이유는?

지난번 토요일 오전 자기가 약속을 못 지킨 후

월요일 아침에 전화해서

자기 집 부근 은행에서 만나자고 했을 때

내가 싫다고 했기 때문이다.

 

오전 시간은 늘 나에게 급한 시간이다.

이유는 아침이 약하기 때문에

누군가와의 약속이 아침에 있으면 혈압이 올라간다.

그래서 웬만하면 아침 약속은 피한다.

 

더구나 그 은행으로 가는 길이

가는 중간에 프리웨이에서 내리자 마자

바로 부근에 은행이 자리하고 있기에 

로컬 스트리트 래인 3개를 급하게 옮겨야 하는 길인데

그 시간대에 트래픽이 엄청나서

만약에 내가 그 약속을 지키려면

한 EXIT 전에서 내려 신호등 2개를 더 거쳐야 한다. 

 

그렇다면 퇴근길은 또 어떤가?

종일 일을 하고 힘이 들어

에너지가 빠진 몸으로 졸지 않으려고

눈을 부릅뜨고 운전하는 나에게

스티브 아저씨 드리려고 콩을 해 놨으니

나 퇴근길에 와서 픽업했으면?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하이디 집이 퇴근길 그저 스쳐 지나는 길이 아니다.

복잡한 프리웨이 길에서 내려

신호등을 3군데를 더 지나야 하고

또 스탑 사인을 4번을 더 거쳐야 하는

깊숙한 곳에 자리를 잡고 있다.

 

더구나 울 집은 블르버드라

왕복 4차선 정도의(왕복 2차선에 자전거 내지는 워킹하는 길이 양쪽으로 있다)

넓은 동네길인데

하이디네는 길이 왕복 2차선의 좁은 길에

차들은 또 얼마나 많이 세워졌는지~ㅜㅜ...이다.

 

더구나 좁은 동네길이라 높은 턱을 3군데 이상을 넘어서 가야 한다.

그것도 매일 다니는 길이 아니라서

갈 때마다 늘 긴장을 해야 되기도 해서

내 맘으로는 안 가고 싶은 길이다.

 

그녀를 만날 기회가 있으면

새삼 나의 입장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을 해 주려고 했는데

전화를 안 받고

설령 앞으로 기회가 없어도 할 수 없다.

 

이 세상은 억지로 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고

나 역시도 친구를 단 한 번도

억지 강요로 만들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퇴근길인 오후 7시 무렵에도

기온이 화씨 90도 이쪽저쪽 이다.

가을이 분명 오고는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휴스턴은 아직도 덥다.

 

내일 울 남편은 안과 정기 약속이 있다.

그런데 젊은 여의사가 너무 친절해서

뭔가 선물을 주고 싶다고 해서

울 아들이 핼러윈 이어링과 펄 스터드 이어링

이렇게 두 개를 퇴근시에 가져갔는데

나 퇴근 무렵 남편이 전화가 왔다.

 

펄 보다는 나이가 젊으니 훕 이어링이 더 낫지 않을까? 하고

그래서 급하게 훕 하나를 더 챙겨 왔다.

 

울 남편이 한국에서 가져온 것에는

남편의 눈가에 난 작은 혹(비립종?)도 있다.

다래끼인 줄 알았는데 아주 작은 혹이다.

많이 불편하다고 한다.

 

안과에 가서 닥터에게 보이고

그곳에서 해결해 오기를 바라는데

혹시 피부과로 가야 한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울 아들이 엄마 저녁 식사로 가져다준 접시차림이다.

양도 딱 맞고 맛도 좋았다.

 

어쩌면 밥도 저렇게 동그랗게 해서 보기 좋게 가져다주는지~

직업을 변호사도, 장사꾼도 하지 말고 요리사가 되었으면

엄마뿐 아니라 더 많은 이들을 행복하게 해 주었을 텐데~

 

어서 빨리 영원한 짝꿍을 만나서 그녀에게도

이렇게 맛난 식사를 차려 줄 수 있기를 바라본다.

 

엊저녁 엄마가 무쳐 놓은 시금치나물을 나중에야 봤는지

엄마도 드릴까요? 물었지만 엄마는 괜찮아~라고 했다.

 

만약에 오늘 엄마가 식사를 차렸다면

울 아들에게 버섯과 치킨 데리야끼로

좀 더 고급진 음식을 차려 주었을 텐데~

 

엄마는 이렇게 말로만 부지런하고

요 며칠 몸의 게으름은 하늘을 찌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