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일기

수.10.02.2024. I love you.

wild rose* 2024. 10. 3. 14:45

 

출근 시 보니 바로 울 집 앞 소화전 수도관에서

맑고 깨끗한 물을 팡팡 쏟아 내고 있었다.

에공~ 어쩌나?

시티에서는 저 사실을 알고는 있을까 하고

염려가 되면서 출근을 했는데

어느 순간 또 그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다가 

퇴근 시 보니 까는 아직도 물은 팡팡 쏟아지고 있었다.

 

그제야 차에서 내리지도 않고

울 아들에게 전화를 했더니 짐에서 전화를 받았다.

 

시티에서 공사 중이라는 사인이 붙어 있다고~

 

차에서 내렸더니 마침 울 바로 옆집 미스 자자께서 

바로 길 건너에서 강쥐 한 마리랑 서 계시다가

 

나에게 뭐라 뭐라 하셔서 들으니

그녀 역시도 나처럼

물 쏟아짐을 걱정을 하고 계신 것이었다.

 

만약에 미스 자자 남편께서 생존해 계셨다면

1등으로 시티에 그 사실을 통보를 하실 분이시다. 

불편한 것은 1도 못 참는 분이시라

연세에 비해 겁나게 똑똑하셨는데

흐르는 세월은 그분을 먼 곳으로 데리고 가 버렸기에

그분의 아내인 미스 자자도 종일 물 걱정을 하고 계셨나 보다.

 

그래서 자자의 남편 미스터 빌 머레이 대신해서 내가 답을 해 드렸다.

시티에서 공사 중이란 사인이 붙어 있으니 너무 염려 마시라고~

 

 

내 집 잔디에 붙은 소화전이지만

오래간만에 그쪽으로 걸어가서 사진을 찍었다.

 

솔직 울 아들이 아니었다면 나 역시도 반은 지워진 저 사인이

뭔 뜻인지 미루어 짐작만 할 뿐이지 헷갈렸을 것이다. ㅜㅜ...

 

그리고 저 많은 물이 아무리 공사 중이라고 하더라도

마냥 흘러 하수도로 들어가는 게

너무 아깝다는 생각은 나만 한 게 아니었을 것이다.

 

 

작년겨울 가뭄이 심해 잔디가 다 말라죽어서

울 남편이 잔디를 사다가 깔았는데

다행히 올여름 자주 오는 비에 잔디가 다시 살아나 있었다.

 

미스 자자와 내가 임시로 만들어진 강을 사이에 두고

어정쩡 대화를 나누고 있으니

혹시라도 도움이 필요한가? 하고

가던 차들이 길을 멈춘 후 창문을 열고

물어보는 이들도 있었다.

 

미스 자자는 신발이 잠길 것이 걱정이 되어

물이 없는 쪽으로 돌아서 건너오겠다며

나 보고 빨리  집 안으로 들어가라고 하였다. 

 

성질 급한 울 남편은 내가 전화도 안 했는데도

오늘따라 어찌 알고 문 열고 기다리다가

혼자 급해서 철문만 열어 놓고

진즉에 집 안으로 들어가 버리고 없었다.

 

 

이른 새벽에 누룽지를 먹어서 인지 전혀 시장하지 않아

기상 후에 가만 앉아 있었더니 자꾸만 물어본다.

 

아침식사 만들어 줄까? 하고

 

전혀 식욕은 없었지만

베이컨, 땅콩잼 말고 토스트만~이라고 답을 했더니

프랜치토스트로 만들어 가져다주었다.

(요새 울 남편은 자꾸 땅콩잼을 먹으라 권 한다.)

 

아침 식사 중에 혹시나 해서

하이디에게 전화를 한 번 더 했더니만

역시나 3번 연결음이 가고 끊기기에

나 나름 확신하기를

아!  통화를 정말 하기 싫어 부러 끊었구나 싶어서

메시지를 넣었다.

 

너 지금 나랑 통화하기 싫어서 전화를 안 받는다고

짐작을 하는데 맞니?

만약에 맞다면 그게 잠시던지 영원하던지 괜찮아!

대신에 네 생일 선물을 줘야 할 것 같으니

1번은 더 연락해라~

 

난 그녀의 생일이 10월 28일인 줄 알았는데

메시지를 넣으면서 보니 10월 8일이었다.

 

 

퇴근하자마자 울 남편이 날 위해 차려 준 저녁 상차림이다.

어제와 메뉴가 비슷한데 오징어 젓갈과 누룽지가 더 해 있다.

시장해서 다 먹기는 먹었지만 아쉬운 게 누룽지에 숭늉이 부족했다.

 

그 부족함은 빈 그릇을 내어 놓으려고 부엌으로 갔을 때

아직도 누룽지가 조금 남은 냄비가 보여서 알칼리물을 큰 한 컵 부어

나 스스로가 따뜻한 숭늉을 만들어 마실 수 있었다.

 

아이스크림을 드릴까요? 

엄마가 싫어하는 아이스크림이라 안 먹을 거야~

아빠가 블루벨 바닐라로 새로 사다 놨어요.

덕분에 바닐라 아이스크림 한스쿱을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밤 9시 무렵에

평상시 보다 훨 더 부드럽고 기름진 목소리로

하이디가 내게 알랑알랑 전화를 해 왔다.

 

분명 나의 찰진 메시지를 봤을 텐데도

목소리가 살살 녹게 전화를 해서는 그런다.

 

자기 딸 집에서 몇 밤을 지내고 왔다고~

이유는 사위가 출장을 가서 딸이 혼자 지내기 싫다며

엄마를 모시고 갔다가

오늘 저녁 7시 무렵에 집으로 데려다주었고

딸이 방금 떠난 후에 바로 전화를 하는 거라면서~

셀폰을 집에 놓고 깜빡했던 바람에

전화를 받을 수 없었다면서

자기는 네버 에버 절대로 나에게 화를 내지 않을 것이라며

"아이 러브 유!" 한다.

 

흠~

난 미국에 40년을 살았어도 너무 흔하게 주변에서 들리는 

아이 러브 유! 하고 말하는 것을 듣는 거에 별로 익숙이다.

 

특히 하이디는 그 말을 통화를 마칠 때마다 사용을 해서

아이 러브 유=굿 바이=해브 어 굿 데이

다 똑같은 뜻으로 나에게는 들린다.

 

내가 미 이민 막 와서 들었던 이야기는

미국 남편이 한인 아내에게

아침에 아이 러브 유! 하고 출근을 했는데

저녁에 와서 이혼하자고 했다는 사연하고

 

또 다른 한 사연은 미국 남편이

아침에 아임 리빙~이라고 해서

한인 아내는 남편이 출근하는 줄 알고 오케이! 했는데

미 남편은 자기 옷보따리를 싸 가지고

집을 영원히 떠나버렸다는 사연이다.

 

첫 번째 사연은 실화인지 모르겠고 

두 번째 사연은 나 미국 막 와서

맨 처음으로 만난 한동네 한국사람이자 

나에게 미국 운전면허증을 딸 수 있게 도와준

김언니의 지인이 겪은 실화라고 했다.

 

지금 김언니는 70대 후반의 나이이지 싶은데

백인 미 남편이었던 데빗은 미군전역 후 트럭 운전을 하다가

40대가 넘어서 교회 목사가 되었다.

 

김언니는 몰몬교를 다녀서 늘 긴 머리를 고수하셨는데 

데이비드도 같은 교단의 목사인지는 글쎄다?

 

아무튼 데이비드는 필리핀 선교를 나갔다가

그곳에서 자기 딸 나잇대인 

더구나 이미 자식도 한 명을 낳아 키우고 있는 필 여를 만나

김언니랑 15년(?) 전에 이혼을 했고

지금 데이비드는 필 여랑 필리핀에서 산다고 한다. 

 

이혼 시에 김언니가 데빗의 연금에서 매월

100불만 자기가 받게 해 달라고 했어도

거절을 당했다고 김언니에게 들었다.

 

그들 사이에는 아들딸이 각각 1명씩 있는데

휴스턴 인근 내가 아는 지인들의 자녀 중에서는

1등 망나니이었던 딸인

여동생과는 달리 아주 잘 자란 큰아들이 있어서

지금 김언니는 큰아들 부부가 오운 하는 주택에 함께 하는 넓은 땅에

작은 트레일러 하나를 가져다 놓고 지내고 있는 것을

5년 전인가? 조이스 언니랑 함께 그곳을 방문한 적이 있다.

 

김언니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공부도 거의 못 하셨고

또 결혼생활까지도 그렇게 새드 엔딩으로 끝이 난 분이다.

지금은 어찌 사시는지 잘 모른다. 연락이 끊겼기 때문이다.

 

치매 증상이 김언니에게서 느껴졌다고 작년 한국 방문 시 만났던

울 남편이 중매를 서 지금 한국에 살고 있는 옥이언니에게 들었다.

 

김언니랑 이혼 후에도 데이비드는 목돈이 필요하면

필리핀에서 미국에 들어와 단기 트럭 운전을 해서

목돈을 마련해 간다는 소식도 들었고

나 없을 때 울 스토어에도 두 번이나 다녀 갔다고 한다.

 

또 김언니의 망나니 딸도 울 스토어에 두 번을 들렀는데

치아가 부러져 있어서 물으니 남친에게 맞았다고~ ㅜㅜ...

그렇지만 그녀의 남친 역시도 온전치는 않았을 것이라 짐작해 봤다.

 

김언니랑 데이비드가 이혼 전에 선교를 간다고 하면

주변 지인들이 언니의 얼굴을 봐서

선교비도 모아 주고 했는데 선교하로 갔던 장소가

리핀 산 위에 극빈자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보니

씻을 물도 제대로 없고 선교 시에도 텐트에서 숙식을 해결하다 보니

너무 힘이 들어서 김언니는 몇 번 따라 가 본 후에

더 이상 가고 싶지 않았고

데이비드 혼자 선교를 다니다가 바람이 났다고 들었다.

 

아무튼 사랑 이야기를 하다가

이야기가 또 삼천포로 빠졌는데 

데이비드도 한국에 군인으로 왔다가

자기보다 나이도 몇 살 더 많은

경상도 시골에서 자랐던 김언니에게 홀딱 빠져서

열렬히 사랑하고 구애를 해서

머나먼 미국까지 데려와 놓고는

또 중년이 다 되어서

그렇게 배신을 때렸으니 

사랑 그거는 절대로 믿을 게 못되고

영원한 것도 아니다. ㅜㅜ...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하이디에게 물었다.

 

네 생일이 다음 주 화요일인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

 

피곤할 텐데 괜찮아~ 

 

아! 그건 아니고 시간은 언제가 더 좋을지 생각해 보고 결정하자.

 

전화를 행 업 한 후 생각했다.

나 혼자 미루어 짐작하고 결정하는 것이 오해를 낳고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받을 수도 있겠구나 하고~

 

그래서 최근에 영상으로 받은 "역지사지"라는 내용이 생각났다.

섣불리 혼자 짐작하지 말자 하고~ 다시 한번 되새겨 보았다.

그렇다고는 하더라도 그녀랑 소통 시 가끔씩은 겁나 답답하기는 했었다.

 

그녀의 좋은 점은 늘 성경을 읽고 크리스천 방송을 들으면서

주변이들의 흉을 가능하면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야드를 참 예쁘게 잘 가꾸어

이웃집들의 야드와는 엄청 비교가 된다.

 

그래서 난 주소 없이도 그 집이 그 집 같은

비슷한 집들이 겁나 모여있는 동네에서

깜깜한 밤에도,

어쩌다 한 번씩 방문을 해도

그나마 그녀의 집을 찾아갈 수가 있는 것이다.

 

참! 오후에 잠시 현이언니 스토어에 들러서 인사를 하고 왔다.

같은 몰 안에 있는데도 거의 안 가게 된다.

한국 과자 골고루 조금씩 트래이에 담아서 

입이 궁금할 때 드시라고 가져다 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