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일기

수.05.08.2024. 대한민국의 어버이 날

wild rose* 2024. 5. 9. 01:05

 

어버이 날이라고 한국에서 송언니에게 또 미국에서 현이언니에게 축하 메시지를 받았다. 난 어린이날인지 어버이날인지도 모르고 지나갔고 울 아들은 미국의 어머니날도 안 챙긴 지 오래되었다.

 

대학 다닐 때까지만 하더라도 꽃다발도 보내고 하다못해 카드에 엄마 사랑한다는 편지도 써서 주었는데 한 집에 살면서부터는 매일 엄마에게 잘하니 나는 매일이 어머니 날이라고 생각을 한다.

 

울 남편만 며칠 전부터 계속 인터넷에서 옷을 찾아서 보여 주면서 어머니날도 돌아오니 5-6벌 오더를 하라고 하는데 내가 싫다고 했다. 맨 비슷비슷한 옷이니 이번 8월 베이거스 쇼에 가서 베니시안 호텔 내가 가끔씩 다니던 곳으로 가서 직접 입어 보고 사겠다면서~ 그런데 아내 말을 들으면 울 남편이 아니다. 아마도 수일 내로 적어도 2벌 정도는 새 옷이 도착하지 않을까 짐작을 해 본다.

 

이른 새벽에 깨어난 후 잠시 정신을 차리고 있다가 부엌을 몇 번 들락거렸다. 부엌 바로 옆 방에서 자고 있는 남편 신경을 쓰지 않는다면 씻어 놓고 아직 사용하지 않은 채소들로 뭔가를 만들면 딱 좋겠는데 물김치도 소음을 내어야 하는 믹서기를 돌려야 해서 그냥 내 방으로 들어왔다.

 

컴퓨터를 켜서 뉴스를 보고 영상을 잠시 시청을 하다가 새벽녘에 3시간 정도 더 자고 일어나 부엌으로 나가 보니 남편은 이미 병원에 갔고 울 아들은 출근 준비를 한 후 스무디를 만드려고 부엌으로 나왔다.

 

어제 잠결에 들었는데 정말 너 오늘 헤어컷 약속이 있어?

약속은 안 해도 되는 한국이발소인데 헤어컷을 할까! 하고요.

미용실에 가려면 그냥 스토어 도어를 잠그고 다녀오라고~ 엄마는 몇 가지 요리를 해야 할 것 같다고~ 

알았으니 천천히 나오셔도 된다고~

 

 

아들이 출근을 한 후 냉장고에서 영계를 꺼내서 삼계탕을 먼저 앉히고 그다음은 소고기,  버섯 남은 것, 삶은 계란, 고구마 하나 남아서 깎아 놨던 것을 넣고 장조림을 했고 물김치 하려고 이미 썰어서 약간의 소금 간을 해 놨던 재료들로 물김치를 만들고 유초이와 오이를 넣고 섞어 김치를 담갔고 부추는 양념간장을 하려고 했다가 맘을 바꿔 김치소스로 버무려 부추김치를 담갔다. 양은 많지가 않아서 세 종류의 김치는 반갤론 사이즈의 김치병 반 정도의 양이었다. 씻어 놨던 것 중에는 애호박도 하나가 있어서 양파 반 개 할라피뇨 반 개 두부 반모로 된장뚝배기도 끓였다.

 

출근이 급하다 보니 처음 했던 것만 사진을 찍었지 싶다. 지금 보니 삼계탕에 옥수수도 넣으려고 했는데 넣지 않았음이 사진상으로 보인다. 어제는 주얼리를 잊고 착용을 안 하고 갔는데 매일 한 가지씩은 잊고 살고 있는 나의 모습을 본다.

 

설거지까지 마치니 오전 11시 45분? 남편은 병원에서 아직 돌아오지 않았고 난 얼른 욕조에서 목욕 후 외출복을 입고 막 도시락을 싸고 있는데 아들에게 전화가 왔다.

 

어머니~ 장사는 안 되고 고객도 없어요. 원하시면 출근 안 하셔도 돼요.

헤어컷 다녀왔어?

아니요. 오늘 가지 않으려고요.

아빠는 아직 안 오셨는데~

아빠 병원 방문 후 스토어에 잠시 멈추셨다가 방금 샘스에서 쇼핑이 막 끝이 났나 봐요. 카드 사용 내역이 전달되었어요.

알았어. 엄마 금방 갈게~ 그런데 오후에 먹을 단백질로 삼계탕을 조금 가져갈까? 

 

막 집에서 나가려고 알람을 틀었는데 차고에서 소리가 들려서 다시 알람은 오프하고 나가 보니 울 남편이었다. 내리는 물건들을 대충 보니 안 사도 될 초콜릿 M&M등이 보이고 이것저것 엄청 사 왔지 싶다.

 

출근을 했고 비즈니스는 별로라고 한다. 장사도 슬로이고 스토어는 앞쪽만 정리가 되었고 뒤쪽은 아직도 열지 못한 박스들이 발에 치여도 아들의 모습은 편안해 보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전 스토어는 쉬는 날도 매일 3-4백 여불 돈이 기본으로 나가야지 유지가 되었는데 뉴 스토어는 비록 쇼핑몰이지만 장소도 구 스토어에 비해 3분의 1 사이즈에 매월 1000불 정도이었던 전기료도 지금은 렌트에 포함이 되다 보니 유지비도 덜 하고 또 궂은날에는 비가 세거나 홍수가 날 걱정도 뉴 스토어는 지대가 높아서 덜 해도 되니 그럴 것이다.

 

울 아들은 엄마가 도착하자마자 삼계탕에 밥 조금을 말아서 아주 맛있게 먹는 것을 봤다. 장조림도 오후에 먹으라고 했지만 삼계탕이 든든했는지 안 먹고 집에 가져가겠다고 한다. 나도 오후 3시 무렵에 시금치나물과 된장찌개에 식사를 맛있게 했다.

 

오전에 몇 가지 요리를 하면서 생각을 했다. 요리하느라 시간과 노력은 필요하지만 직접 요리를 해 먹으니 얼마나 알뜰하게 또 내가 원하는 음식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가를? 토요일 장 본 재료들이 아직도 냉장고에 남아 있어서 다음 주일에 마트를 가지 않아도 식탁을 차릴 수 있고 다음 주 중 도시락 싸기도 가능할 것이다. (물론 음식 맛은 주관적이기 때문에 내 음식은 나만 맛있다고 생각을 할 수도 있는 것이 나 바로 아랫 동생이 잠시 미국에 와 있을 때 어떤 날은 누나의 음식 맛을 보고 소금부터 찾기도 했다.)

 

울 아들이 지난주에 그랬다. 베트남 식당에 예전에는 20불을 가져 가도 1-2불이 남았는데 이제는 25불을 가져가야 된다고~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버거킹 와퍼가 가끔씩 1불에도 살 수 있었는데 지금은 아마도 5-6불은 할 것이다.

 

오늘도 아들 왈, 아빠가 샘스에서 쇼핑을 한 금액이 180불이었다며 웃었다. 아마도 엄마랑 자기는 한 달 쓰는 돈이 3-4백 불도 안 될 것이라고~ ㅎㅎ...

 

아빠가 돈을 그렇게 쓴 덕분에 저녁 식사로는 약간 소금간이 된 연어를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아들이 연어회를 소스와 가져다주면서 다른 찬은 뭘 드릴까요? 물어서 엄마가 아침에 담근 물김치를 조금 떠 와 보라고 했더니 가져왔는데 맛은 있는데 내 입에도 싱거운 듯해서 식사 후에 소금을 조금 더 뿌려 놨다.

 

울 남편은 점심으로 삼계탕을 먹었고 저녁은 우족국에 아침에 만든 부추김치에 하는 것을 봤다. 약을 먹어야 해서 조금만 먹는다면서~ 울 아들 식사하는 것은 안 봐서 모르겠는데 아마도 맛있게 먹었을 것이다.

 

오후에 뒤쪽에서 식사 중에 고객 한 명이 엄마를 찾는다고 해서 가 보니 지난주 다녀 갔던 흑 아저씨이다. 그분 왈, 네가 일요일 오픈을 한다고 해서 한 시간을 넘게 기다리셨다고~ 해서 어머나! 하고 놀랐다.

 

지난번 그분이 일요일도 오픈을 하냐고? 물어서 생각 없이 나는 쇼핑몰의 오픈 시간을 가르쳐 드렸는데 그분은 울 스토어의 스케줄을 물어보셨나 보다. 너무 죄송하다고 했다. 그랬더니 그이 왈, 아이 언더스탠드 라고 하시며 비도 오고 날씨도 궂어서 그랬을 거라고~

 

사실은 출근을 하려고 맘을 먹었는데 오전에 음식 몇 가지를 요리하고 난 후 피곤해서 나도 모르게 잠이 들어 버렸다고 했더니 잇츠오케이!라고~ 하시며 지난번 사 갔던 텍사스 지도 모양의 클립 온 이어링이 하나가 더 필요한데 그 안에 박힌 5개 스톤 중에서 그린 컬러를 빼고 블랙 스톤으로 바꿔야 된다고 하셨다.

 

그래서 같은 사이즈의 스톤이 박힌 저렴한 이어링 찾기를 도와 드리다 혹 직업이 뭐냐고 물었더니 극장을 오운 하고 있다고 하셨는데 아마도 연극 공연을 주로 하는 그런 무대를 가진 극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분이 원하는 크라운 마스크가 실린 주얼리 사진을 보여 주시길래 기회가 되면 오더를 해 주기로 하고 울 스토어 명함도 드렸다. 주 중에는 거의 오픈을 하지만 주말에는 혹 쉴 수도 있으니 꼭 연락부터 하고 오시라면서~ 그분도 나에게 당신의 명함을 주셨는데 앞 면에는 영화관과 그분의 이름과 주소가 적혀 있었고 뒷면을 보니 아래처럼 적혀 있다.

Publish Author, Playwrigh, Movie Screenwrither

 

무심코 내뱉는 대답 한 마디도 잘 못하면 다른 이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구나 하고 생각했던 날이었다.

 

같은 몰에 있어도 잘 만나지 못하는 한국여주인들을 오늘은 두 명이나 만나서 잠시 대화를 나눴다. 한 명은 같은 주얼리를 파는 여사장이고, 한 명은 주얼리 파인딩과 루스 비드를 팔면서 직접 비드로 handmade 주얼리를 파는 여사장이다. 그이네들은 나보다는 다들 10살 이상씩 젊은 사람들이다. 나도 이제 도매상가에서는 꽤 원로에 속한 나이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