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삐짐에서 풀렸는지 어제는 한 마디도 안 하더니 오늘은 아침식사로 프렌치토스트와 우유 한 잔을 만들어서 가져다주면서 밖으로 나오지 말라고 하였다. 지금 공사가 진행 중이고 인부들이 현관을 통해 집 안으로 드나드는 중이라면서~
현관문은 활짝 열려 있고 인부들이 드나드는 공간은 두꺼운 종이들을 깔아 놓은 것이 보였다. 남편은 행여나 열어 놓은 문으로 쥐새끼가 들어올까 봐 지키고 있다고 했다. 다리도 아프면서 작은 의자라도 가져다 놓고 앉아서 지키라고 했다.
지난주까지 끝내야 할 파운데이션 공사가 아직 안 끝났는지 공사비로 주려고 적어 놨던 수표도 오늘 픽업하지 않았다고 한다. 플러밍이랑 파운데이션이랑 오늘은 함께 일을 했다고 한다.
구 파이프를 꺼내 놓은 것을 보니 오 마이 갓! 하고 남편이 놀랐다고 한다. 78년도에 지어진 집이니 46년 동안 사용한 파이프가 깨끗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 사이 집주인도 몇 번은 바뀌었을 것이고 말이다.
나 출근 시 보니 집 앞에 회사이름이 적힌 큰 벤들이 3대나 주차가 되어 있었고 내 차는 남편이 일찍이 길가로 옮겨 놨기에 어렵지 않게 출근을 할 수가 있었다. 이웃인 미스 자자는 울 집 공사로 해서 불편한 점은 없는지 모르겠다. 내가 조금 더 노말 필링이 되면 찾아가서 인사를 드려야겠다.
오늘부터 공사가 끝이 날 때까지는 아예 마스터 베드룸인 내 방에 있는 수도와 욕실 그리고 화장실만 사용을 할 수가 있다고 한다. 그나마 다행이다 그렇지 않다면 또 공사가 끝날 때까지 울 가족은 근처 호텔에서 생활을 해야 했을 것이다. ㅜㅜ...
출근을 안 하고 싶었지만 아들혼자 너무 수고를 하기 때문에 미안해서라도 오전 11시 무렵에 집에서 출발을 했고 스토어 도착을 해서 보니 아직도 스토어의 뒷부분은 어수선한 분위기 그대로 이었다. 그런 모습에서도 매일 매상을 올리고 있었다는 게 신기했다.
젤 먼저 눈에 뜨였던 것은 쇼케이스 안에 가득 들어 있던 CZ stud earrings에 빈자리들이 많았다. 그래서 바로 그곳을 채우기 시작했다.
아들이 우체국에 가면서 점심을 오더해 준다고 해서 따뜻한 국물이 먹고 싶어 베트남 소고기국수를 원했다. 아들은 포크와 에그롤이 섞인 라이스 플레이트를 오더해 와서 함께 식사를 한 후 몇 가지 컵과 수저등을 설거지를 했다.
건물 관리 매니저인 호세가 탈장으로 많이 아파서 수술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일도 잘하고 인성도 좋은 사람인데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란다. 건물 리스 담당 매니저 미스터 리도 잠시 내려와 잘 다녀오셨냐고 인사를 했다.
식사 후 몸이 따라와 주지 않아서 한참 스툴에 앉아서 졸린 눈으로 노년의 삶을 담은 다큐 영상을 유튜브로 시청하다가 다시 정신이 조금 들어서 이어링 샘플을 만들어 놓고 팔찌들도 많이 빠져 있어서 그것들을 채우다 보니 아들이 퇴근을 하자고 했다. 그때 시간이 오후 5시 30분 정도이었다.
아들은 오후 4-5시 즈음에 늘 한 번 더 식사를 하는 습관이 있는데 그것은 짐에 갔을 때 필요한 에너지가 필요해서라고 한다. 맥치킨샌드위치를 사로 간다면서 엄마께 또 물었다. 뭘 드시겠냐고? 그래서 뜨거운 맥 커피를 오더해 달라고 했다. 애플파이도 두 개를 사 왔는데 애플파이는 안 먹고 싶어서 엄마 몫은 집에 가져가라고 했다.
아들 먼저 퇴근하라고 하고 일을 계속하고 있는데 내가 설정해 놓은 6시 40분 알람이 울렸다. 그래서 아이디와 차 키를 챙긴 후 하던 것 몇 가지를 마저 걸고 있는데 가드 리카르도가 스토어 도어에 와서 내어다 봤다. 아마도 나 밖에 남지 않았나 보다. 그래서 바로 나와 차를 타니 그 넓은 주차장이 텅 비어 있었다.
리카르도는 사람 좋은 미소를 띠우면서 한국에 다녀왔다는 내 말을 바로 알아 들었는지 어쩐지 서툰 영어로 동문서답을 하지 싶었는데 코리아가 무초 디네로?라면 자기도 한국에 가고 싶다는 뜻의 말을 했다. ㅎㅎ...
울 남편은 피곤한지 이미 베드에 누워 있었다. 인부들이 들락거렸던 현관과 복도 등에 쌓인 먼지와 흙 등을 닦아 내는 것만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어서 빨리 공사가 끝이 나서 좀 편안한 일상을 맞이하고 싶다.
한국행 이후 첨으로 하이디랑 잠시 통화를 했고 고장 난 차와 냉장고의 안부를 물었더니 차는 수리를 마쳤고 냉장고는 시얼스에서 구매를 했는데 아직 파트를 찾지 못해서 그 상태라고 한다.
오늘 다녀간 고객들은 영어를 한 마디도 못해도 울 모자랑 잘 통하는 중국할머니, 항상 텍사스 지도 모양의 브로치를 사 가시는 백 할머니가 친구와 동행으로 오셨고 또 프롬 드레스에 착용할 이어링을 사로온 모녀와 외국행이나 먼 곳을 갈 예정인지 1불짜리 귀걸이, 팔찌, 목걸이만 59개를 사 간 중년의 여 아시안, 일본식당에서 일을 한다는 대만미국여인, 그리고 오전에 나 없을 때 도매 조르단이 다녀 갔다고 한다.
생각해 보니 5월에 고교 졸업반의 프롬행사 때문에 주얼리가 많이 나가는 시기이고 또한 멕시칸들의 싱코데마요가 5월 5일이고 엄마 날도 다가오고 시기적으로는 장사꾼들이 많이 바쁠 때이다. 그런데 스토어의 정리는 아직도 멀었으니 한숨이 나온다. ㅜㅜ...
초저녁인 9시 무렵에 잠이 들었다가 잘 자고 일어 나 보니 새벽 2시 전이다. 그래서 부엌으로 나가 몇 가지 나와 있던 설거지를 한 후 팔팔 끓인 물로 한 번 더 튀겨 놓고 오랜만에 블친 몇 분께 가서 최근 글을 읽고 왔다.
참 오늘 나는 스토어 키도 안 가지고 출근을 했다. 정신 똑똑하게 차리고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