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내내 깨어 있다가 오전 9시가 좀 넘어서 다시 졸리기 시작했다. 그 시간은 내가 출근 준비를 해야 하는 시간이었는데도 말이다. 한 시간만 자다가 일어나야지 했고 꿈결에 어마어마한 빗소리를 들으면서 잠깐 잤다고 생각을 했다.
눈을 떠서 시간을 보니 오후 3시 13분이었다. 아들에게 전화를 했다. 엄마가 미안해 지금 일어났는데 바쁘지 않았어? 괜찮아요. 비가 많이 내려서 위험하니 출근하지 마세요. 고객도 없어요. 워크 인 커스토머는 딱 1명이었고 3불만 팔았어요.
퇴근 후 아들이 5불짜리 한 장을 내게 주며 오늘 판 돈이에요.라고 하며 내 표정을 보다가 미소를 지으며 사실은 이 돈을 안 가지고 오려다가 엄마의 리액션이 궁금해서 가져왔다면서 캐시는 이 만큼만 들어왔고 오늘 매상 토털은 90불 정도이라고~ 했다. ㅎㅎ...
울 남편은 오늘도 월마트에 다녀왔나 보다. 벌레 죽이려 터트리는 것 외에도 이것저것 많이 사 왔지 싶다. 그런데 울 남편의 쇼핑은 내가 하는 목록하고는 많이 다르다. 하다못해 원하는 군것질 거리도 품목이 달라서 엊그제도 새벽녘에 시장기가 들어 입가심이라도 하려고 군것질 거리를 찾으러 갔더니 식탁에 뭔가가 겁나게 놓여 있는데 내가 먹고 싶은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흠~
서울에서 머물 때 이마트에 장을 보러 가 보니 마트 입구부터 노브랜드 상표가 붙은 반 조리가 된 식품들이 가득 차 있었고 그 앞에서 뭘 살까 물건을 고르고 있는 젊은이들이 많이 보였다.
또 돈을 지불하려고 계산대에 서 있는데 내 앞에서 삼십 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여인이 사는 것들을 보니 이미 조리가 된 후 파는 음식들이 거의 다 이었다.
그래서 내가 산 10만 원어치의 음식들을 계산대에 올려놓으면서 보니 노브랜드표 우족탕 한 팩만 빼고는 거의 다 조리를 해야지만이 먹을 수 있는 것들이라서 하다 못해 사 가는 음식마저도 세대차이 때문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저나 시차를 어찌 컨트롤을 해야 할지 ㅜㅜ이다. 구 스토어에서는 졸리면 바로 오피스 안으로 들어가서 1시간 정도 자다가 나오면 좀 풀리는 듯했는데 뉴 스토어는 그런 점이 불편하고 또 하기 싫어도 퇴근 시간을 맞춰서 해야 하니 아직도 적응이 안 된다.
가족 단톡방에 한의원에서 침을 맞고 왔다는 큰언니의 짧은 메시지가 떠서 전화를 드렸더니 젊어서부터 안 좋은 허리가 나 떠난 뒤 침을 몇 번 맞고 괜찮았는데 오늘 오전 마루에 앉아 발톱을 깎고 일어나려고 하니 갑자기 너무 불편하고 제대로 걸을 수가 없어서 워커를 밀고 가서 침을 맞고 왔다고 하셨다.
나의 안부도 많이 궁금했다고 하셔서 시차 적응의 힘듦을 언니께 말씀드렸더니 언니랑 함께 방금 치료를 받았던 어떤 여인이 의사에게 졸린다고 하니 의사 왈, 졸린다는 것은 몸이 피곤하다는 것이니 그때는 만사를 제켜 놓고 주무셔야 한다는 답을 했다면서 나에게도 이번에 네가 해결해야 했던 일이 너무 힘이 들었고 또 긴장이 풀려서 더 그럴 것이라면서 가능하면 일을 줄이고 푹 자라고 하셨다.
내가 생각해도 나는 잠이 보약이지 싶다. 그렇지만 졸음 바로 앞에는 날 기다리는 것들이 너무 많이 있어서 그게 문제이다. ㅜㅜ...
참! 아침 일찍 남편이 현관 앞 철문의 키를 오픈해 놓고는 시티 인스펙터가 와서 사진을 픽업해 가길 기다렸는데 오늘 가져갔다고 한다. 아직 플러머는 공사비용이 적힌 수표를 픽업하지 않고 있는 것을 보았다.
울 집 플러밍 일도 하루빨리 앞당겨 공사를 마쳤는데 이유는 급한 또 다른 집 공사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미국에서는 이런 기술을 가진 이들이 불경기가 없이 비즈니스를 잘 운영하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