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기철 시인의 시 몇 편
엄마 - 나기철
아내가 집에 있다
아파트 문
열기 전
걸음이 빨라진다
어렸을 때
엄마가 있는 집에
올 때처럼
날 가져가!
축하할 두 분에게 드릴
책 두권 사온 후
내일 장미꽃 하나씩 사서
끼워 드려야지,
하며 밖엘 나가는데
담에 고갤 내민
장미 단 두 송이
오후에
다시
내가 하지 않은 밥을
먹는다
이남에서
오랜 시간
어머니
누구에게 의지하셨나
"아껴 줍서예!"
누가 한 말 한 마디
뼈대 굵고
덩치 큰
아내가
갑자기 작고 가냘퍼진다
수능이 얼마 안 남은
팔공산 갯바위
사십 대 후반쯤
여자 셋이
간곡히
빌고 있다
삼십 년 전
그들의 엄마가
그랬듯이
[ 나기철 시인 약력 ] - 펌
나기철 시인
*1953년 서울 출생. 열두 살 때부터 제주에서 살고 있음.
*1987년 《시문학》으로 등단.
*시집 『섬들의 오랜 꿈』『남양여인숙』『뭉게구름을 뭉개고』『올레 끝』.『지금도 낭낭히』
*신성여자고등학교 국어 교사 퇴직
* 제주철학 사랑방 회장
*나기철 시집 “지금도 낭낭히”(서정시학, 2018.4.16.) 나기철 시인은 서울 출생이지만, 중학생 때부터 제주도에서 살고 있다. 그의 어머니는 북한 신안주 출신으로 18살 1.4후퇴 때 월남해서 10살 위 이북 남자와 결혼했다. 부인은 제주 토박이다. 그의 시의 주된 정서는 그리움, 안쓰러움, 감탄이다. 한 장면, 어떤 사연의 한마디를 다루기도 하지만, 과거와 현재를 함께 다루기도 한다. 시가 대체로 아주 짧지만, 개인과 가족과 민족적인 서사를 품고 있는 경우가 많다. 금방 읽히지만 오래, 넓게 생각하면 가슴을 울리는 시들이다. [백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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