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에 떠났던 여행이
비행기를 타고 있던 사이 어느새 17일 오후가 되어 있었습니다.
둘이서 차분히 코펜하겐 공항에 내려서
화장실도 가고 차분히 앉을자리를 찾았는데
미국처럼 푹신한 의자가 아닌
아주 차갑고 딱딱한 플라스틱 의자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둘이서 함께 하는지라
한두시간은 금방 지나갔습니다.
그곳 공항에도 있던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시킬까 하다가
그냥 물을 그것도 한 병에 근 3 유로도 더 주고 사서
한잔씩 마시면서 기다리는데
장거리 비행 후
또 다른 이들이 도착한다는 시간
오후 7시까지 마냥 기다리기가 좀 피곤했지요.
그때 바로 곁 의자에 몇 명의 사람이 바뀐 뒤 앉은
좀 연세가 든 백인 아저씨 한분도
차분히 세월아 네월아 하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기다리기도 지루해서 말을 걸었지요.
자기는 이탈리아에서 태어나
스위스의 쉽 컴퍼니에서 일을 하고 있고
지금은 출장 중인데
덴마크에서 스위스로 가기 위해 보딩을 기다리고 있다고요.
부인은 몇 년 전에 죽었고
23살 딸과 21살 딸을 가진 홀 아비라고 합니다.
내가 말을 걸어주자 아주 재밌어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함께 나누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도 지금 여행의 시작인데
엘에이에서 오는 일행과 합치기 위해
이곳 가이드를 기다리고 있다고
그런데 솔직 기다리기가 넘 피곤해서
현지 가이드에게 연락을 해야겠는데
혹시 너 이곳에서 전화를 어떻게 하는 줄 아니? 했더니
자기 셀폰을 쓰라고 줍니다.
그래서 그래도 되냐고? 했더니
괜찮다고 ~
그래서 필요한 전번을 주면서 좀 걸어 달라고 했더니
말하자면 덴마크에서 노르웨이의 오슬로로 걸어야 되니까는
국제전화인 셈인데 두 번씩이나 전화를 걸아 주었고
또 그쪽에서 걸려 오는 전화를 받아 주었습니다.
고마워서 마침 가방 안에 있던 한국산 핸 메이드
셀폰 참 2개를 꺼내서 딸 아이들 주라고 선물을 했더니
오히려 미안해하면서 고마워했습니다.
그리고 그이는 6시가 좀 넘자
보딩을 위해서 일어서고
그곳에서 걸려온 전화는
오슬로 지사장이 현지 덴마크 가이드에게 연락을 했으니
금방 나갈 거라고~
그런데 그러고도 8시까지 기다려야 했습니다.
이유는 덴마크 공항에서 호텔까지 가이드할
가이드 여자가 좀 바보 같았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찾아야 했잖아요.
우리가 전화를 해서 까지 기다리고 있다고 했으면은요.
그런데 우리를 봤는데
한국인이 아닌 줄 알고 말도 안 부쳤다고 합니다.
물론 저도 공항 도착 입구에서 팻말을 들고 서 있는
수많은 가이드들 사이에 그녀를 봤는데
통로를 사이에 두고 봐서 거리가 좀 있었고
팻말이 영어로 쓰여 있어서
아예 자세히 보지도 않았지요.
영국에서도 파리에서도 스위스에서도
다들 한국말로 큼직하게 쓴 팻말을 들고 있었고
하다못해 오슬로 공항에서 노르웨이산 버스기사도
한국 태극기를 손으로 그려서 들고 있었는데
그녀만 영어로 쓴 코딱지만 한 팻말을 들고 있으니
아예 가까이 갈 생각도 안 하고 있었지요.
나중에 우리를 찾으러 온 엘이이 현지 가이드이자
여행사 사장 중 한 명인 피터 박에게
화가 나서 뭐라 뭐라 컴플레인을 했지요.
기다리는 것은 좋은데 현지 가이드라도 좀 빨리 나와서
다리 운동이라도 시켜줘야 할 것 아니냐고
온 다고 해서 어디 움직이지도 못하고
마냥 6시간을 앉아 있는 게 쉬운 일인 줄 아냐고 ?
일행이 기다리는 버스를 타면서도
인상을 팍 쓰고 타서
아마 여행에 함께 했던 일행들이
저의 첫인상을 무지 안 좋게 볼 수도 있었겠다 싶어서
남은 여행 기간 동안은 인사도 잘하고
계속 방실 방실 웃었더니
제가 쪼끔 더 사랑을 받지 않았나 싶습니다. ㅋㅋ...
이름 | 제목 | 등록일 |
---|---|---|
댓글 알라스카 |
ㅎㅎㅎ 로즈님. 어디가면 꼭 그렇게 바보짓하면서 사람 힘빼는 사람있지요 가이드가 좀 빠릿빠릿해도 시원찮을 판에..ㅉㅉ 그래도 여행중에 신사분의 친절을 받는다는 건 참 행운입니다 |
08.06.27 16:01 |
댓글 칵테① | 한국말만 열심히 찾으셨었군요! 저는 장거리, 장기여행을 가본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가이드가 정말 중요하긴 하지요~ | 08.06.28 01:19 |
댓글 CowBoE |
ㅎㅎ~ 많은 사람들이 동행을 해야하니 그런 차질이 있는가봅니다. 그래도 장시간 비행 후 공항에서 마냥 기다린다는 것이 짜증스러울 수 밖에 없겠지요. |
08.06.28 15:20 |
댓글 Esth♡ | 아유..도착부터 좀 고생 하셨습니다 .. 들장미님 | 08.06.30 15:59 |
댓글 chodar | 그넘의 가이드 하는짓좀봐 직업의식이 없어요~얼마나 애먹었데유~ㅎㅎㅎ | 08.07.03 11: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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