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일기

토.09.07.2024. 물회를 맛있게 먹었다.

wild rose* 2024. 9. 8. 14:32

부모님께서 해산물 요리는 자주 해 주셨고 비슷한 걸로 회에 무나 미나리를 섞어서 하는 무침이었지 물이 흥건한 물회는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지난번 남편이 사 왔다면서 차려 준 물회를 내가 좋아하는 새콤달콤한 맛과 남편의 성의로 조금 먹기는 했지만 억지로 먹었지 싶었다.

물회 두 박스가 냉동실에 아직 남았고 울 남편이 한국행 전 그랬다. 물회도 먹어야 할 텐데~

 

 

토요일이라 일찍 출근을 했더니 하루가 길었다. 장사도 별로라서 더 길게 느껴졌을 것이다. 그래도 할 일은 많아서 꼼지락꼼지락 이것저것 하다 보니 토요일 퇴근 시간이 되어 있었다.

 

아침에 밥솥을 보니 밥이 반공기 정도만 남아 있어서 밥을 하려고 콩이랑 혼합미를 씻었는데 아무래도 좀 담갔다가 해야 될 것 같아서 물에 담근 쌀은 냉장고 안에 넣었다.

 

닭개장과 수박, 사과, 한국 참외만 도시락으로 싸 갔다. 아저씨 오시면 드리려고 사과는 컨테이너 세 개에 나눠 담아 갔다. 그런데 아저씨는 옆집에서 또 누수 문제가 생겨 처리하느라 외출을 못하겠다는 연락이 왔다. 너무 스트레스를 받으실 것 같다. ㅜㅜ...

 

오늘 비즈니스는 정말 소-소이었다. 그 와중에도 몇몇 고객들과는 심심찮게 대화는 나눴는데 그중에서 어떤 고객은 울 스토어를 먼저 왔어야 했는데 이미 쇼핑을 한 후에야 너희를 발견했다 했고 또 한 명의 백 여고객은 이미 반지 두 개를 다른 스토어에서 샀는데 너네가 더 예쁜 게 많다고도 한다.

 

나 왈, 다음 쇼핑 시에는 이곳저곳을 둘러본 후 더 맘에 드는 곳에서 바잉을 하면 될 것이고 실버 인벤토리도 지금은 겨우 반 정도만 오픈해 놨으니 다음에 오면 더 구경거리가 많을 거라고도 했더니 다음에는 꼭 먼저 들르겠다고들 한다.

 

귀가 후 대충 부엌 정리를 한 후에 냉장실로 옮겨 놨던 물회 한 통을 꺼내 왔다. 방금 밥솥의 스위치를 눌렀기에 밥은 아직이라서 물회만 조금 떠 와서 시식을 해 봤는데 시장기 때문인지 아니면 맛 때문인지 두 번 세 번 계속 더 가져와 먹고 있는 날 봤다.

 

울 남편이 차려 준 것과 똑같은 음식인데도 처음에는 억지로 먹었다면 이번에는 맛으로 먹었다. 새삼 선입견이라는 단어가 생각나는 순간이었다. 자주 안 먹던 음식이라서 거부감이 생겼을 때는 맛이 별로 이었고 시장해서 스스로 찾아서는 맛있게 먹었다는 것이다.

 

울 아들도 육개장은 평상시 엄마가 자주 해 주어서 잘 먹는 음식이었는데 닭개장은 나 역시도 처음 해 봤고 울 아들 인생에서도 먹어 본 적이 없는 음식이라서 인지 의식적으로 안 먹으려는 것처럼 느껴졌다. 더구나 그것을 샘스 닭으로 만들었다고 하니 더 그러지 싶다. ㅎㅎ...

 

엄마가 잠시 졸다가 밤 10시 무렵에 부엌에 나갔더니 아들은 진 컵누들에 오이김치로 너무 맛있게 먹었다며~ 방금 막 먹기를 끝냈는지 빈 누들 컵을 버리려고 들고 있었다. 닭개장은 먹기 싫지? 물었더니 웃으며 진짜로 아까 침에도, 지금도 별로 시장하지 않아서 간단히 먹고 싶었다고~ 한다.

 

참! 오늘 아침 8시 무렵에 기상해서 셀폰을 보니 엊저녁 하이디의 전화와 메시지를 미싱 한 것을 봤다. 그래서 콜 백을 했더니 딸 자하이라가 퇴근 후에 들러서 1시간 30분 정도 머물다 갔다면서 어제 하이디는 학교 점심시간에 맞춰 손녀딸에게 갔는데 할머니를 보자마자 손녀가 울어서 함께 울었다고 한다.

 

할머니가 많이 보고 싶다고 했고 자기 집에도 같이 가자고 했다고도 한다. 고작 30분을 만나고서 헤어져 올 때 귀갓길에 계속 눈물이 나서 원래는 울 스토어를 들르려고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손녀가 이제 막 3학년이 되었다고 한다.

 

울 남편도 전화가 와서 나에게 일렀다. 호텔 부근에 롯데 마트도 있고 먹거리 천지라고 할 때는 언제이고 어제 어떤 식당에 들어가서 호박죽을 한 그릇 시켰는데 이미 조리되어 시중 마트에 팔고 있는 봉지에 담긴 호박죽을 덥혀서만 준 맛이 났고~ 가격은 9천 원을 받았다면서~

 

나는 늙은 호박으로는 어찌 요리하는 줄도 모르고 또 안 좋아해서 하려고 노력도 안 해 봤다. 그런데 울 시모님께서는 호박죽 끓이는 달인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호박죽에 팥까지 넣어서 아주 맛있게 끓이는 걸로 알고 있고 또 당신이 워낙에 좋아하는 음식이다 보니 울 남편도 어려서부터 수시로 호박죽을 먹어서 그 맛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식당에서 남편이 한국에서 먹었던 호박죽이 전혀 정성이 안 들어가서 맛이 없었다는 흉을 미국 휴스턴에서 와잎인 내가 듣고 있었던 것이다. ㅎㅎ... 식당 간판이 화려하고 또 제법 많은 고객들이 먹고 있는 중이라서 들어갔는데 맛은 너무 아니었다고 한참을 뭐라 해서 난 그냥 열심히 듣기만 했다.

 

현재 묵고 있는 호텔 숙박객들은 일본인이 거의 대부분이었고 조식도 나름 괜찮아서 다음에도 또 묵고 싶다고도 했다. 롯데마트도 호텔 바로 곁이라며 리뷰만 보고 정했는데도 호텔은 만족한다고 해서 그나마 다행이다. 호텔마저 안 좋았다면 울 남편 더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