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일기

화.09.03.2024. 남편은 새벽 4시 30분 공항으로 출발했다.

wild rose* 2024. 9. 4. 18:16

 

월요일 퇴근 후, 초저녁 잠을 자다가 깬 시간이 자정이 안 된 시간이었고 그때부터 울 남편이 떠날 시간까지 깨어 있었다. 남편도 가만 보니 한숨도 안 잤지 싶다.

 

화요일 새벽 4시 무렵에 아들방 부근으로 가만 가 보니 기상했는지 불이 켜 있었다. 울 아들도 라이드 해 주기 힘들 것이다. 올해만도 먼 거리의 공항까지 운전을 몇 번째인가?

 

부자가 공항으로 떠난 뒤 난 9시에 기상을 위해 알람 설정을 해 놓고 숙면을 취했다. 집 알람 역시도 설정을 해 놓고 잤기에 아들이 귀가했다면 알람 소리가 났을 텐데도 난 전혀 듣지 못했다.

 

갑자기 아들의 안부가 궁금해졌다. 그래서 아들 방으로 가서 도어를 열어 보니 닫힌 커튼 때문인지 방이 어두워서 내 눈에는 이불만 보였다.

 

어머나! 아직 안 왔나 하고 갑자기 걱정이 되어 도어 앞에서 잠시 멍하고 있는데 아들의 얼굴이 이불 안에서 나왔다. 인기척을 느끼고 자다가 이불을 걷은 것이다. 휴~ 다행이다.

 

다시 내 방으로 와서 앉아서 잠을 깨기를 한 시간도 더 했다. 아들은 어느새 출근을 했고 나는 아직도 잠을 깨고 있을 때 전화가 와서 받으니 울 남편이었다.

 

첫마디가 아내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고 하는데~ 하면서 왈, 엘에이 도착 후 공항 셔틀을 타고 가려고 기다리는데 한 시간을 기다려도 안 와서 어쩔 수 없이 걸어서 갔다고~ 그나마 다음 비행기까지 시간이 널널해서 다행이었고 막상 걸어 보니 걸을만했다고~한다.  

 

울 남편이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아내는 타 비행사로 옮길 때 늘 걷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언젠가 한 번도 남편의 말을 따라 셔틀을 기다리다가 보딩 타임 30분도 채 안 남기고 숨이 턱에 차도록 뛰어야 했던 적도 있었다.

 

천천히 걸어서 10분이면 충분히 갈 수 있는 길을 이제나 저제나 셔틀 오기를 쳐다보노라면 눈의 피곤함과 긴장 또 그것이 안 오니 급해서 막 달릴 때 올라오는 입 마름은 또 어쩔까? 에공~ 울 남편이랑 어딜  같이 다니려면 속 내장은 빼놓고 다녀야 한다. 갑자기 잊고 있던 그때 상황을 떠올리니 열이 확 바친다. ㅜㅜㅜ....

 

미국에서 4번째로 큰 도시라는 휴스턴 살이 중에 불편한 젤 큰 이유가 한국행 논스톱 비행기가 없기 때문이라고 나는 말하고 싶다. 잠시 몇 년 동안 대한항공의 논스톱이 운영이 되기도 했었다. 그런데 이익이 없었나 보다. 불과 몇 년 뒤에 없어져 버렸고 그 후 한국행을 위해서 달라스, 엘에이, 샌프란시스코, 혹은 일본으로 간 후에 비행기를 바꿔 타야 한다. 울 엄마도 휴스턴까지 논스톱 비행기만 있다면 일 년에 두 번씩 막내딸에게 방문하고 싶다고 하셨다.

 

그동안 아시아나를 선호해서 늘 엘에이에서 바꿔 타다 보니 이제는 엘에이 유나이티드 항공사에서 아시아나까지 가는 길이 눈앞에 그려진다. 더구나 작년부터는 비행장 수리가 일부 완료되어 굳이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공항 내에서 걷다 보면 국제선까지 다달을 수 있어서 더 좋다. 

 

비행장 안에서 걸으면 시큐리티 검사를 다시 안 받아도 되기 때문에 편리하기도 하다. 단지 단점이라면 그곳까지는 걸어서 만이 가능하기 때문에 아이들이나 노년층을 위해 건물 내에서 다른 항공사로 바꿔야 할 때 더 쉽게 갈 수 있는 카트나 기차라도 연결이 되어 있으면 좋을 텐데 아직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걷던지, 휠체어 서비스를 받아야 되는데 올초 한국행 시 만났던 여 한국인도 휠체어 서비스를 받았는데 너무 불편했다고 한다. 이유는 오는 도중 휠체어 도움이도 바꿔졌고 밖으로 나가 한참을 기다리다가 버스도 한 번이 아닌 2-3번을 바꿔 타야 해서 울 부부 보다 한참 뒤에 도착한 것을 봤다. 울 남편이 중간에 좀 쉬었다 가자고 해서 다른 비행사 게이트에서 반 시간여 앉아 쉬었다 갔는데도 그녀가 더 늦게 아시아나에 도착한 것을 봤다.

 

아직까지 나는 걷는 게 불편함이 없기도 하고 또 걸을 수 있을 만큼의 거리라서 셔틀 이용보다는 걷는 것을 선호한다. 기다리는 시간 플러스 가볍지 않은 기내용 러기지를 들고서 버스에 오르고 내리느니 차라리 러기지를 카트에 싣고 아는 길로 곧장 걷다 보면 목적지가 곧 나오기 때문에 나 혼자서는 늘 그렇게 다녔는데 울 남편이랑은 함께 할 때마다 걷느냐? 셔틀이냐? 그걸로 날 힘들게 했다.

 

작년과 올해 한국행 시도 남편은 역시 셔틀을 원해서 그럼 당신은 셔틀로 오라고 난 카트에 러기지를 싣고 걸어가겠다고~ 했더니 자기 러기지는 직접 가지고 셔틀을 타겠다고~ 해서 그때는 와잎이 한 마디를 했다. 다리가 부러져 철심을 박아서 장거리시는 지팡이도 짚어야 하고 백팩을 메고 러기지까지 들고서 셔틀을 어떻게 오르고 내릴 것이냐고 또 다리를 삐끗하고 싶냐면서 내가 카트에 싣고 갈 것이라고~ 하고 뒤도 안 돌아보고 내 갈길을 재촉을 했었다.

 

남편과 함께 하노라면 끊임없이 뒤에서 투덜거림을 들어야 한다. 도착지가 아닌 출발지로 걸으면 더 편하니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윗길로 가자는 둥, 복잡하게 사람 많은 도착지로 걸으려 한다는 둥 이거 저거 뭔 불만이 그리도 많은지 중얼중얼 ~~~~~

 

공항에 도착하는 사람들만 있냐고? 출발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위로 올라가면 누가 우리만 가라고 길을 확 다 터놓고 기다려 주냐고? 그곳도 어디론가 떠날 이들이 도착을 해서 짐을 내리고 끌고 복잡할 거라고~ 더구나 아무리 덥지 않은 엘에이라고 하더라도 출발지는 바로 햇볕이 더 쉽게 쪼이는 곳에 있기 때문에 좀 더 그늘진 도착지로 걷는 게 난 좋으니 그렇게 원하면 당신만 올라가서 그쪽으로 걸어오라고~

 

자기 몸으로는 걷는 불편함 보다는 타는 편안함이 더 좋은 가 보다 해서 이해를 하려고 하기에 서로 좋을 대로 하자고 하는데 결국은 또 오늘처럼 그러지 말 것을 그랬다는 식으로 후회를 하기도 하니 난 남편의 어떤 장단에 발을 맞추어야 할지 아직도 헷갈린다.

 

더구나 울 남편은 집에서 러닝머신으로 매일 걷는 운동을 한다. 그러면서도 밖에서 걷는 것을 싫어해서 지하철도 많이 걸어서 싫다며 꼭 버스를 타려고 하고 공항에서도 10분 걷는 대신에 꼭 셔틀을 타려는 것 등등 자기만의 고집을 아내가 안 따라 주면 불평을 한다. 별 것이 아닌 것조차도 참 안 맞는 울 부부이다. ㅎㅎ...

 

울 남편은 자기의 불편함을 속에 담고 살지를 못하는 사람이다. 입으로 다 꺼내어 말을 해 버려야 한다. 어떤 이들은 그런다. 그런 성격의 소유자가 꽁한 게 없어서 오히려 더 좋다고~ 그럼 난 그이들에게 그런다. 유도 한 번 살아 보고 이야기하라 공~ ㅎㅎ... 그나마 입만이 아니라 손발이 다 함께 부지런해서 고마운 것도 있기에 단점과 장점이 대충이라도 절충이 되어서 다행이다.

 

남편 흉을 본 김에 더 보자. 언젠가 한 번은 엘에이에서 시큐리티검사를 하는 도중에 남편의 기내용 러기지가 안 나오는 것이다. 그때도 아마 보딩 타임이 30분 정도 밖에는 남지 않았을 것이다. 항상 3시간 정도로 넉넉한 시간차를 두고 티켓을 구매하지만 때로는 날씨 때문에 휴스턴에서 출발이 지연되면은 그런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엘에이 공항 경찰에게 남편의 러기지가 없어졌다고~ 지금 보딩 시간이 30분 정도밖에 안 남았는데 어떻게 하냐 공?

 

여경찰이 한참 뒤에 남편의 러기지를 가지고 왔다. 와잎이 러기지를 잘 올리나 어쩌나 하고 신경을 쓰다가 자기 것은 바닥에 놓고 검사대에 올리지도 않은 것이다. ㅜㅜ... 그러니 실수는 항상 자기가 하고 와잎은 또 그것 대처하느라고 피곤하공~

 

한 번은 하와이를 갔다가 휴스턴으로 돌아오는 날, 공항에서 작은 공간을 사이에 두고 두 직원이 비행기표를 확인을 하고 있는데 이쪽 줄이 저쪽 줄보다 움직임이 느리자 급한 남편은 자리를 바꿔 섰고 막상 자리를 바꾸자 이제는 또 상황이 바뀐 것이다.

 

또 울그락 불그락 ~ 에공, 그래도 내가 그동안의 황당함을 지금에 와서야 더 이해를 하려고 하는 이유가 그래 울 남편은 심장이 안 좋아서 인내력이 부족했던 거야 하고 그동안 알게 모르게 쌓인 스트레스를 그나마 이해하는 맘으로 바꿔가고 있다는 것이다. 내 건강에 좋으려고~

 

울 모자는 큰 목소리로 말하는 부지런 주인공이 없으니 스토어에 있거나 집에 오거나 조용해서 얼마동안은 좋을 것이다. 그렇지만 워낙에 남편의 활발함에 울 모자가 익숙해져 있다 보니 며칠이 지나면 적막강산에 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시끄러움이 또 그리워질지 어떨지 글쎄다. 그때가 되어봐야지 알겠다.

 

출근하니 실버만 사가는 단골 아직은 30대로 보이는 젊은 히스패닉 여고객이 와 있었다. 그녀의 영어는 쉬운 문장 몇 개만 알아듣는다. 그래도 장사는 잘하고 성품이 참 좋아서 그녀를 보면 늘 기쁘고 커피 한 잔이라도 대접을 해 주고 싶은 맘이 드는 울 스토어의 꽤 큰 실버 고객이다. 평상시 매주 아니면 격주째로 와서 실버를 사 가는데 베이거스 출장 전 날 다녀가고 최근에는 안 와서 실버 정리가 제대로 안 되어 물건이 없어 보여서 안 오나 했었다.

 

그러다 오늘 거의 한 달 만에 그녀의 모습을 보니 더 반가웠다. 그녀는 이미 쇼핑은 마쳤고 반 이상은 울 아들이 패킹을 마친 후이었다. 아들은 스토어 도어 락을 한 후 그녀를 캐어 중이었다. 혼자서는 도매고객을 도울 때 소매까지 함께 스토어에 들어와 있으면 엄청 신경이 쓰이기 때문이다.

 

퇴근 후의 모습은 여느 때와 똑같다. 오늘도 초저녁에 잠이 들었다가 밤 10시 무렵에야 일어나니 울 아들도 자다가 일어나서 소고기로 스테이크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었다고 한다. 나도 뭔가를 먹었을 것이다.

 

울 큰언니에게 전화를 드렸더니 안 받았다가 나중에 전화를 하셔서 울 막내 제부가 공항에 도착했을 까 하고 생각 중이라고 하셨다. 언니는 감기도 우선하시고 괜찮다고 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