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스를 보니 어느 지역은 100중 충돌이 났다고 하는데 휴스턴은 오늘도 화씨 60도 중반 정도로 조용했지만 화창까지는 아니고 약간 흐린 듯 만듯한 연 회색빛이 나는 그런 하루가 아니었나 싶다.

어제까지는 좀 오가는 고객들의 발길이 느껴졌는데 오늘은 훨씬 더 조용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더구나 나는 맨 뒤쪽 벽에 걸린 물건들 손을 대다 보니 오후 내내 그곳에서 뭔가를 하고 있었는데 그 일이 퇴근 직전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물건을 정리하다 보면 주얼리를 포장한 폴리백도 세월이 오래오래 흐른 것들은 만지기만 해도 삭아서 툭툭 떨어진다. 사람만 늙는 게 아니라 이 세상에 존재하는 그 모든 것들이 늙고, 삭아 가면서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예행연습 중이지 싶다.

 

나, 미국 처음 와서 뉴욕에서 4개월여를 지내다 휴스턴으로 옮긴 후 손아래 막내 시누이가 피에스타라는 이름을 가진 큰 슈퍼 안에 작은 공간을 얻어 가발 몇 개, 잡화 몇 종류, 화장품 몇 가지 놓고 장사를 할 때 따라와 본 휴스턴 도매상거리에는 1985년 당시만 하더라도 9889 하윈 드라이브 주소지를 중심으로 이쪽저쪽의 주소지에 있는 창고 건물 안에서 한국인과 중국인 몇 명이 장사를 하고 있었는데 어디서 몰려왔는지 수많은 소매상인들이 그곳에서 물건을 구입하고 있었다. 그렇게 상가가 들어서기 시작한 게 1978년도 무렵이었다고 한다.

(원래 휴스턴 하윈 거리는 도매상가가 들어서기 전에는 창고 임대업을 하는 건물들이 많이 들어서 있었던 곳인데 상인들이 주소 서너 군데에서 하나둘 씩 늘어나기 시작하더니만 몇 년이 지난 다음에 보니 신호등 5-6개가 지나는 길만큼의 길 양쪽에 스토어들이 꽉 들어 찬 큰 도매상가로 발전해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 해는 휴스턴에서 현금이 젤 많이 움직이는 곳으로 발전을 했다고 뉴스에 나올 정도이었다. 그러다 보니 강도들이 들끓었고 도매상인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강도를 당했고 어떤 이는 총을 맞아 돌아가셨고 어떤 이는 총상의 후유증으로 인해 목아랫부분의 마비가 와서 남은 평생을 휠체어에서 보내다 돌아가셨다.)

그때 당시 그러니까 도매 1세들이 도매업을 시작할 때는 물건이 담긴 박스가 엘에이나 뉴욕등의 임포터에서 도착을 하면 따로 진열도 필요 없이 커다란 박스의 윗부분만 오픈을 해 늘어놓으면 소매상인들이 박스 안에 담긴 것들을 패키지로 집어 가고 있었고 대충 눈으로만 살펴도 얼마나 바쁘게 돌아 가는지 세상에나~ 하면서 정말 그곳의 상인들이 대단해 보였다.

 

85년 3월에 미 이민을 온 울 부부도 같은 해 12월 초에 미국에서 장사라는 것을 처음 시작했고 2년 후에 소매상 자리를 다른 곳으로 옮기게 되었고 그나마 밥 먹고 살 만큼은 돈이 벌렸는지 주욱 휴스턴의 도매상가서만 물건을 구입하다가 1990년도부터는 엘에이 자바라는 곳을 처음 가 봤고 그곳에서 옷을 사서 주얼리와 옷장사까지도 겸업을 했었다.

 

그곳에는 많은 옷도매상들이 있었고 그들은 쇼룸 외에도 옷공장을 따로 가지고 옷을 만들어 미 전역으로 보낸다고 했다. 당연히 옷딱지(레이블)에는 메이드 인 유에스에이가 박혀 있었다.

 

시간은 쉼 없이 계속 흘렀고 이 세상에서 영원한 것은 흐르는 시간뿐이었고 그 외 다른 모든 것이 변해 가고 사라지는 것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직도 나는 소매상을 하고 있을 때 평상시 많이 부러웠던 도매상인들이 여기저기 인근 큰 쇼핑센터에 소매상을 차렸다고 했다. 왜냐면 인벤토리는 쌓여 가는데 그것들을 처분하는 게 마땅찮은 모양이었지 싶다. 그런데 그들이 차렸던 큰 쇼핑몰 안에 화려하게 꾸며놨던 소매상의 실적이 별로라고 했고 얼마 후 결국 그들은 꽤 많은 손해를 보고 소매상 영업을 중단했다는 소리를 들었다.

(보통 대형 쇼핑몰은 장기 임대를 해야 하고 영업을 중단해도 그 자리에 다른 상인이 들어올 때까지는 임대료를 지불해야 하던지 그렇지 않다면 몰 측과 꽤 큰돈을 지불하고 딜을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고소를 당하는 걸로 알고 있다)

 

단순히 생각하면 저렴하게 팔면은 쉽게 인벤토리 처리가 되리라고 생각했겠지만 그게 생각만큼 그렇게 만만하지는 않았나 보다.

 

더구나 이 세상에는 영원한 것이 없다는 것을 확인이라도 해 주듯이 그 잘 되던 도매상들도 이런저런 이유(오너들의 나잇대, 가정사, 잘못된 투자)등으로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고 1세들이 떠난 후 도매상가의 모습은 그중에 남은 몇몇 2세들 아니면 1세들 보다는 좀 늦게 들어온 더 젊은 나잇대들이 그나마 지금까지 도매상가에 버티고 있다고 생각을 한다.

 

도매상가는 계속 윗쪽으로 아랫쪽으로 뻗어 나가고 있을 때 우리가 자주 바잉을 하러 들렀던 도매상인 중에 한 명이 같은 도매상 거리인 새로운 상가 건물로 자리를 옮긴다면서 우리에게 기존의 자기 스토어를 인벤토리까지 포함해서 팔겠다고 해서 좀 무리해서 그 도매상을 구입을 했고 그때가 93년도 9월? 10월? 무렵이었을 것이고 울 부부 역시도 소매장사를 하다가 만 8년 만에 도매상가에 합류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또 만 32년이란 세월이 눈 깜짝할 사이 흘러 있다. (우린 아마도 도매상인 1.5세 정도가 아닐까 하고 짐작해 본다.) 지금 세상은 굳이 명령하지 않아도 스스로 급변하고 있다. 미래를 잘 읽을 줄 아는 이들이 좌지우지하며 지금 세상을 다스리고 있고 지극히 평범한 거의 모든 세상인 들은 지금의 복잡하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그나마 생존하느라 다들 애쓰고 있고 현재도 고생들이 참 많을 것이다. ㅜㅜ...

 

내가 뭔 소리를 하고 있는지 나도 헷갈리는 지금 이 순간이다.

 

작년 11월(?) 무렵에 입주한 울 스토어 바로 옆 가게 옷장사가 시원찮은지 퀄리티도 참 좋아 보이는 옷들이던 데도 며칠 전부터 가게를 접으려는지(?) 물건을 빼는 게 보였다.

 

또 생긴 지 5년이 채 안 되었지 싶은 도매상가 인근에 자리한 프랜차이즈 타코벨 타코도 며칠 전에 영업을 중단했다고 한다. (나는 그나마 타코벨 타코를 패스트푸드 중에서는 젤 선호하는데 그 말을 들으니 자주 들르지도 않았으면서도 맘이 허해졌다. ㅜㅜ...)

 

오늘 나는 뭘 하면서 시간을 보냈을까 기억해 보는데 기억이 잘 안 난다.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대로 뭔가를 하느라 스토어에서 머무는 그 순간은 부지런했을 것이다.

 

울 남편이 출근했다 퇴근하면서 버터크림빵을 사 와서 스토어에 가져가라 했지만 어차피 다 먹지 못할 거라서 한쪽씩을 젓가락으로 띠어서 아들과 내 몫으로 가져갔다가 점심으로는 그것만 먹었고 도시락은 아예 가져가지도 않았다.

 

도시락 싸는 것을 요즈음 게을리하고 있음을 느낀다. 그래서 요 며칠 울 아들은 잡곡으로 나온 햇반과 밀키트 렌틸콩(lentils beans)을 점심으로 자주 먹는다.

 

 

오후 5시 무렵 아들이 막 퇴근하려고 할 때 오랜 단골인 흑 여 고객 애비가 왔었다. 잘 모르는 고객 같으면 아들이 문을 닫는다고 하던지 퇴근을 좀 더 늦췄을 텐데 아들도 잘 아는 고객이라 먼저 퇴근을 했다.

 

애비는 나랑 대화를 45분 정도 했고 그나마 내가 하던 일 마무리를 해야 돼서 움직이다 보니 대화를 멈추고 애비는 쇼핑을 시작했고 30여 불 어치를 구매한 후 6시 무렵에 헤어졌다.

 

애비(이름이 길어서 줄인 넴)는 꽤 오랜만이라서인지 반갑다며 해피 뉴 이어! 인사를 하고도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고 나 역시도 그 대화가 싫지 않았다.

 

애비 나이는 57세이라고 했고 체이스은행의 투자 쪽에서 꽤 오래 일을 했는데 작년에 빠른 은퇴를 권유받아서 퇴사를 했고 아직도 직업을 찾는 중이라고 했다. 퇴사 권유 후 몇 달 뒤에 다시 재 입사를 권유받았는데 그럴래면 퇴사 시 받았던 돈을 다시 돌려줘야 된다는 조건이 따라서 거절을 했다고 했다.

 

지금도 온라인으로 데이트 상대를 찾고는 있는데 컴이나 전화로는 대화가 잘 통해서 작년 마지막 날에 만나서 식사를 하면은 좋겠다고 하길래 시간과 장소를 정하려고 전날 연락을 해도 상대가 안 받았고 답도 없었다고 했다.

 

그러다가 수 시간 후에야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상대에게 전화가 와서 너랑 장난으로 시간을 보내기에는 내 시간이 아까우니 꺼지라고 했다 한다.

 

그리고 다른 상대를 찾았는데 이런저런 것이 다 잘 맞아서 클릭을 하려고 보면 개가 4마리 있다고 해서 깜놀해서 더 이상 관심을 끊었다고도 했다. 자기는 그 누구라도 동물을 가지고 있으면 노 땡큐라고 한다.

 

또 65살 친언니가 3시간 장거리를 함께 가는데 쉬지 않고 말을 해서 자기가 언니 말을 듣느라 너무 힘들어서 아팠다는 이야기며 시집간 조카가 시도 때도 없이 전화를 해서 친구 하자고 하는데 자기가 조카를 매일 상대하기는 자기의 시간이 너무 아깝다고도 했다. ㅎㅎ...

 

자기는 자기하고 대화가 되고 걸맞은 상대를 만나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고 그렇지 않다면 차라리 혼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더 즐긴다고 했다. 그만큼 피키라서 한 번도 결혼을 못했지 싶다며 자평을 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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