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 좋은 글들

맘에 닫는 시

wild rose* 2022. 7. 4. 15:36

어쩌면 우리는

마침표 하나 찍기 위해 사는지 모른다

삶이 온갖 잔가지를 뻗어

돌아갈 곳마저 배신했을 때

가슴 깊은 곳에서 꿈틀대는 건

작은 마침표 하나다

그렇지, 마침표 하나면 되는데

지금껏 무얼 바라고 주저앉고

또 울었을까

소멸이 아니라

소멸마저 태우는 마침표 하나

비문도 미문도

결국 한 번은 찍어야 할 마지막이 있는 것,

다음 문장은 그 뜨거운 심연부터다

아무리 비루한 삶에게도

마침표 하나,

이것만은 빛나는 희망이다

-황규관 시 '마침표 하나' 시집 '패배는 나의 힘'(창비) 수록

 

 

방문객     

                           정현종

 

사람이 온다는 것은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 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 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수필 & 좋은 글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기한 할머니 이야기(카톡펌)  (0) 2022.08.21
산등성이(카톡펌)  (0) 2022.07.18
?스코틀랜드 양로원의 어느 할머니의 시(카톡펌)  (0) 2022.06.18
생각하게 하는 시 몇 편  (0) 2022.06.12
초월  (0) 2022.0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