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감사절이란 미국에서 일 걱정하지 않고 맘 편하게 하루 푹 쉴 수 있는 날이라서 좋은 날이다. 그래도 이제 미국 생활 만 40년이 넘다 보니 그리고 미국에서 자란 아들이 함께 하다 보니 집밥을 먹으면서부터는 감사절 디너라는 특별한 의미를 주지 않더라도 울 가족들만의 식탁은 차리고 싶다.

 

귀찮은 것을 싫어하는 울 남편은 아침에 와잎을 보자마자 "오늘 상 차리지 말아라" 하고 한 마디를 했지만 나는 개의치 않고 나 할 일을 하였다.

 

삶은 계란과 셀러리를 상에 올렸고 매시포테이토도 만들었다. 그레이비는 좋아하지 않아서 안 만들었다.

 

한창 때는 감사절 디너에 여러 사람이 함께 모여서 식사를 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제는 일과 휴식 외에는 다 귀찮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을 만나서 교류를 하는 것도 좋겠지만 과외 신경을 쓰는 것도 피곤하다는 생각이 드는지 어느 해부터는 거의 매일 통화를 하던 주변 지인들과도 어쩌다 한 번 생사 안부 확인을 하는 정도로 변해 있다. 세월이 모습만 변하게 하는 게 아니라 맘도 함께 변하게 하는가 보다. 

 

기다란 삼겹살 4쪽을 반으로 잘라서 냄비에 파삭하게 궜다. 버섯구이도 했고 감사절날이라 터키햄 몇 장도 함께 놨다.

 

식사를 안 하고 부엌에 나가면 아침 식사는 거르게 되고 아침에 먹는 비타민도 안 먹게 되어서 오늘은 일부러라도 식사부터 하였다.

 

울 남편은 아침부터 냉동우동을 끓여 준다고 해서 싫다고 하고 밥 반 주걱에 들기름, 진간장으로 간을 한 뒤 물김치만 조금 떠 왔더니 남편이 에그 프라이를 해서 가져다주었다.

 

군김치 & 안 군 김치

 

하찮은 계란간장비빔밥이지만 뉴욕 유명 브런치 식당에서 먹는 디시 한 접시 보다도 내 혀는 훨씬 맛있다고 한다.

 

맨날 먹어 본 뉴욕 브런치는 아니지만 도매상 초창기 시절 뉴욕 제빗 컨벤션 센터에서 주얼리 쇼를 할 때는 당시 파슨스 패션 스쿨에 다니던 조카가 늘 내 곁에서 함께 했고 자기가 뉴욕생활에서 가고 싶었던 식당들을 미리 찾아 놓으면 함께 가서 식사를 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가 아마도 1995년 이 쪽 저쪽으로 몇 년 동안이었을 것이다.

 

엊저녁 냉동실에 있던 잡채 재료를 냉장실로 옮겨 놨었고 또 에스프레소 커피잔 하나만큼으로 청포묵을 쒔다. 도토리묵도 쑤려고 하다가 요새 단감을 자주 먹는데 도토리묵과 단감은 서로 어울리는 음식이 아니라고 해서 청포만 했다.

 

울 아들은 감사절이라서 오후 2시 이후에 짐이 오픈을 한다고 하니 오전 내내 집에 있었고 엄마를 놀리려고 했는지 오후 2시가 되면 바로 짐으로 갈 거라고 해서 내일을 위해서 오늘은 푹 쉬라고 했더니 빙긋 웃고 만다. 괜히 해 본 소리였나 보다. 

 

아들은 정오 무렵에 음식 냄새에 부엌에 나왔다가 아직 레디가 안 되었다고 하니 잠시 더 자기 방에 머물다가 오후 1시 무렵에 나와서 상 차리는 것을 도와주었다.

 

함께 부엌에 있을 때 엄마가 아들에게 아주 오래전 기억을 물었다.

 

기억하니? 너 아직 3-4학년 때 즈음 인가? 아무튼 아직 소매상을 할 때 감사절 당일 부모님이 도매상에 물건을 하러 갔었고 다녀오니 네가 식탁을 차리고 있었던 것을?

 

음~ 하면서 자세히 기억이 안 난다고~

 

나의 기억 속에 그날은 블랙 프라이데이에 팔 물건이 부족했는지 이른 아침부터 도매상에 갔다가 그렇잖아도 감사절이라 식사를 차려 주려고 서둘러 귀가를 했는데 아직 초등생이던 울 아들이 식탁을 차리고 있었던 것이다.

 

아들이 직접 차려진 식탁 위를 보니 에그 프라이가 있었고 빵과 시리얼 등 집에 있던 재료로 자기가 할 수 있는 만큼을 차려 놓아서 그렇잖아도 짠한 아들이다고 늘 생각하던 엄마를 더 맘 아프게 했었다. ㅜㅜ...

 

유초이미소국 & 시금치나물

아들이 시장하지 싶어서 떡볶이는 식사 후 하기로 하고 준비된 걸로만 상차림을 마무리하면서 아빠가 곤히 주무시니 서서히 조심해서 깨우라고 했다. 아들은 아빠를 깨울 때는 늘 아빠의 다리를 마사지해 드린다.

 

그렇잖아도 아침부터 이리저리 움직이느라 피곤했는데 아들 덕분에 피곤이 싹 풀렸다면서~ 흐뭇한 표정으로 아빠가 식탁에 앉았다. 

 

 

상을 차리지 말라고 자기가 했던 말이 무색할 정도로 울 남편은 감사절 식사를 아주 맛있다고 칭찬을 하며 즐겼다.

 

어제 장을 보지 않아서 냉장고 안에 있던 재료를 찾아 대충 차렸고 그나마 남편이 어제 샘스표 삼겹살을 사놓아서 잡채에도 돼지고기를 조금 썰어 넣었고 삼겹살을 파삭하게 높이가 높은 냄비에 키친타월을 덮고 궜더니 기름이 여기저기 푼산하지 않아서 좋았다.

 

오늘 날씨는 약간 싸늘한 정도이었지만 요리하는 동안 부엌과 중정 도어를 맞바람 치게 열어 놨더니 짧은 셔츠 바람이었던 나는 추워서 밑에 긴 레깅을 찾아 입고 발에는 집에서 신는 어그를 신었다.

 

그래도 바람이 차길래 부엌 도어를 활짝 오픈에서 4분의 1 정도로만 오픈을 해 놨는데 울 남편이 부엌으로 오자마자 춥다면서 부엌 도어는 닫았다.

 

 

남편과 아들이 식사를 한 후에 나는 대충 치워 놓고 혼자서 조용히 식사를 했다. 울 남편은 4번 5번 빨리 식사하게 오라고 했지만 막 요리를 마친 후에는 이상하게 입맛이 안 당긴다. 더구나 간단하게 아침 식사도 오전 10시 무렵에 해서인지 시장하지도 않아서 나는 천천히 먹겠다고 했고 어질러진 그릇들을 대충 치워 놓고 내가 식탁에 앉은 시간은 오후 3시 무렵이었다. 식사 후 잠시 앉아서 예능 프로를 보면서 다리를 쉬었다.

 

엄마는 간장양념을 한 떡볶이를 더 좋아하는데 아들이 고추장을 넣는 게 좋겠다고 해서 넣었더니 매웠다. 그래도 맛이 있는지 저녁에 부엌 마무리차 나가 보니 아주 조금밖에 남지 않았다.

엊저녁부터 울 아들에게 오늘은 떡볶이를 해 주겠다고 했는데 시간이 부족해 떡볶이는 점심 식사 후에야 양념을 했다. 또 떡볶이를 먹을 때 함께 먹으면 맛있는 어묵국도 끓였다. 꼬챙이에 꼽아서 하려고 했는데 모아놨던 나무꼬챙이를 찾지 못해서 그냥 네모로 썰어서 끓였다. 간단 양념을 한 어묵국은 뜨거워도 시원한 맛이 나서 괜찮았다.

 

부엌일을 마치고 보니 씻어 놓고 미처 하지 않은 브로콜리 한 송이가 부엌의 선반 위에 올려져 있었다. 그래서 다시 냉장실에 넣어 놨고 먹고 남은 된장국의 국물이 좀 더 필요하지 싶어서 육수를 더 붓고 다시 한번 끓여 놨다. 

유초이로 미소된장국을 끓였다. 시래깃국은 먼저 시래기를 삶은 후에 시래기에 양념을 해서 무친 후에 국물에 넣는데 오늘은 국물을 먼저 만든 후에 유초이를 넣고 약간만 끓여 주었는데 역시 간단 양념이 오히려 더 재료의 맛을 느끼게 해 주어서 맛있게 먹었다. 먹고 남은 것은 국물이 부족하길래 육수를 더 해서 한 번 끓여 놨다가 저녁 식사에도 울 남편이 먹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엊저녁부터 삶아 놨던 고사리와 고구마줄기 볶음을 했다. 이것도 조리 시간이 부족했고 더구나 늘 하던 음식이 아니라서 조리법이 자신이 없다 보니 식사 후 오늘 부엌에서 했던 요리 중에 맨 마지막에야 하게 된 것이다.

 

그동안 고사리나물은 대충 했어도 맛있게 잘 먹었는데 마른 고구마줄기볶음은 생전 첨 해 본 거라서 스스로 레시피를 만들어야 했다. 볶음인데도 된장을 약간 가미해서 했다. 처음 해 본 거라서 양도 많이 하지 않았다.

 

사진은 한 장 밖에 찍지 않았나 보다. 사진상으로는 고사리인지 고구마 줄기인지 잘 모르겠다.

 

울 남편이 현관 앞에 있던 꽃나무들을 겨울이라고 힘들게 화분으로 옮겨 가져다 놨다고 한다.

 

내 방으로 들어와 몇 군데 감사절 인사 메시지 답을 하는데 졸렸다. 그래서 전기장판의 불을 미리 켜 놨다가 베드에 드니 따뜻해서 금방 잠이 들었지 싶다. 두 시간 정도 꿀잠을 자고 일어나 보니 저녁 7시가 좀 넘은 시간이었고 어둠 속에서 소리가 들려서 보니 아들이 엄마 방에 있던 스낵을 가져가고 있었다.

 

남편이 요새 계속 내 방에 이런저런 스낵을 사서 가져다 놓는다. 원래도 나는 군것질을 잘 안 먹는 사람인데 에이스 크래커, 오예스초코파이, 바나나킥, 새우깡, 꿀꽈배기등을 쌓아 놓았다.

 

엊그제 울 아들이 그런 아빠보고는 그랬다.

 

아버님은 어머님께 당뇨병을 주시겠다고~ ㅎㅎ

 

아들 보고 엄마 저녁 식사로 어묵국과 떡볶이를 덥혀서 가져다 달라고 했더니 울 아들이 어묵국 대신에 미소국을 가져왔길래 어묵국을 달라 했는데 했더니 아들이 어묵국이 뭔지 몰랐다며 다시 찾아 덥혀서 가져다주었다.

 

내일은 1년 중에 장사꾼들이 젤 긴장이 되는 블랙 프라이데이이다. 아침이 느리고 게으른 나도 가능하면 내일과 모레만큼은 아침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방금 알래스카 친구한테 메시지가 왔고 내가 바로 답을 하니 바로 전화가 와서 오랜만에 통화를 하면서 서로의 안부를 주고받았다. 반가웠다.

 

내가 앵커리지 가서 만났을 때 아직 초등생이었던 그녀의 아들이 작년에 대학을 졸업해서 벌써 엔지니어로 취직을 해서 높은 연봉을 받고 일을 하고 있다고 하니 내 일처럼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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