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내내 게을렀다.
그 뜻은 그냥 가만 앉아서 오전을 보냈다는 것이다.
그리고 늦게 출근을 했다.
출근을 했더니
비즈니스는 오전까지는 소-소이었다고 했다.
그래서 어제 하다 만 일을 하려고 하는데
아들이 잠시 외출을 한다고 해서
카운터 부근에 있다 보니 달라 아이템들을
리필을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그 일을 하고 있는데
금요일이라서 그런지 고객들이 띄엄띄엄 이나마
주중보다는 더 들락 거렸다.
그 와중에 인디애나에 사는 고친 딸 은정이가 생각이 났다.
타국에 와서 언어도 지리도 서툴 텐데도
공부하는 남편 뒷바라지 하며 어린 아들을 키우는 게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이제 막 프리 케이에 들어갔을
은정이 아들의 잔잔한 장난감 몇 개와
혹 크리스마스 선물 교환을 할 때 필요할 것 같아서
크리스마스 아이템 등 몇 가지를 챙겨서 박스에 싼 후
울 아들에게 UPS로 보내 달라 부탁을 했다.
그 박스는 아들이 귀갓길에
울 동네 입구 UPS 스토어에서 보냈다고 한다.
그리고 오늘따라 클립 온 이어링을 찾는 여 고객들이 3명이나 되었는데
그중에서 키가 큰 백 여 고객과 아담한 아시안 여고객은
소매 치고는 꽤 큰 고객이었다.
그리고 또 아시안 모녀가 들어오더니
빠르게 스토어 한 바퀴를 뺑 돌아서
그러려니 하고 있는데
다른 고객을 도우려고 카운터 부근에 있는
나에게 가까이 와서 묻는다.
한국인이에요?
네!
겨울에 입을 수 있는 조끼가 있나요?
혹 다른 스토어로 가야 하는데 잘 못 찾아오신 것 아닌가요?
여기가 같은 스토어 아닌가요?
셀폰으로 구글에 올려진 사진을 보여 줘서 보니
우리 구 스토어의 사진이 맞았다.
아! 맞아요.
그런데 그 사진의 모습은 옮기기 전 스토어이고
뉴 장소로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어찌 알고?
이전 스토어를 다녀간 적이 있나요?
아니 처음 방문이에요.
그렇지만 구글에 울 스토어의 인포와 리뷰 등이 적혀 있으니
그녀의 딸이 미국에서 학교를 다닌 영어권이라서
인터넷상에서 읽고 찾아왔지 싶다.
젊은 그녀는 이름이 마리아이고 74년 생이라고 하는데
그녀가 6개월 때 부모님을 따라
한국에서 미국 콜로라도로 이민을 왔다고 했다.
그러니까는 그녀의 부모는 꽤 빠른 미 이민 세대인 것이다.
주욱 그곳에서 살다가 2년 전에 휴스턴으로
친정 부모와 20대 중반의 딸과 함께 이사를 왔다고~
아마도 그녀의 손위 오빠가 휴스턴에 자리를 잡아서
텍사스로 오게 된 계기가 되었나 보다.
마리아 엄마는 이름이 황이라고 하는데
그레이 헤어만 아니면 60살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몸매도 얼굴도 동안인데 50년도 생이라고 한다.
울 아들이 미처 꺼내지 못한 겨울용품을 찾아 가져다주려고
큰 한 박스를 옆 물건 임시 보관하는 스토어에서 가져왔고
더 가져다주려고 하는데
그들의 이야기를 다시 들어 보니
사진 속에 걸린 털조끼 모양이 아닌
집 안에서 겨울에 가볍게 입을 수 있는
그녀만이 생각하고 있는 디자인의 조끼라고 한다.
나 왈, 유가 원하는 막연한 디자인을 찾으려고 하면
겨울 용품이 담긴 박스를 다 꺼내야 하는데 현재는 그게 불가능하니
겨울용 스카프나 숄 & 판초 등을 파는 스토어들이
지금 이 쇼핑몰 안에 몇 군데 더 있으니
다른 스토어를 찾아가 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유난히 딸 마리아가 말을 상냥하고 예쁘게 해서
나도 초면에 너무 많은 질문을 한 것 같아서
지금 생각하니 좀 미안한 생각이 든다.
아무튼 마리아는 자신의 딸이 20대 중반이고
전공이 따로 있어 전문직을 가질 수 있는 데도
굳이 주얼리 장사를 하고 싶어 해서
주얼리를 만들어 크라프트 쇼 같은 데를
주기적으로 나가서 판매를 한다고 했다.
그래서 마리아와 그녀의 엄마도 시간을 내서
주얼리 장사를 하고자 노력하는 딸을 돕는 차원에서
모녀 3대가 같이 핸드 메이드 이어링과 팔찌 등을 만든다면서
조끼를 사러 왔다는 처음 목적이 아닌 주얼리 쇼핑을 얼마간 해 갔다.
마리아는 코머셜 빌딩 보험을 파는 에이전트 직업을 가졌고
엄마는 올터레이션을 오래 하다가 지금은 은퇴를 했다고 한다.
엄마의 모습이 초면이 아닌 것 같은데
전에 한 번이라도 만난 적이 있을까요?
어쩌면 라스베가스에서 봤을지도 모른다고~
갬블 좋아하세요?
딸 마리아가 웃으며 대신 답을 했다.
엄마가 아니라 아빠가 좋아하신다고~
대화 중에 그이네는 한인타운이 아닌
내가 다니는 중국타운에 있는 에치 마트로 장을 보러 다닌다고 했다.
그렇다면 아마도 그곳에서 오고 가며 스쳐 지나가듯
만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왜 더운 텍사스로 이사를 왔을까요?
콜로라도 덴버가 짐작하건대 훨씬 더 좋은 기후를 가진 것 같은데~
콜로라도는 많이 추워요.
아 네,
휴스턴은 지금부터는 살기 좋은 계절이에요.
네?
지금도 너무 더워요
한여름에 비하면 최근에는 조석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잖아요.
그런데 두 모녀는 선선하다는 나의 표현을
어림없다는 미소를 띠우며 인정하지 않았다.
그녀들에게 선선은 지금 휴스턴의 바람보다는
훨 더 시원해야 하나 보다. ㅎㅎ...
그래도 1년 정도 지나니
그녀 가족도 휴스턴 날씨에 적응이 되었다고~
단골 여 고객 보니도 다녀갔다.
그녀는 남편을 떠나보낸 지 18년이 되었는데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한다.
그럴 때는 굳이 자려고 하지 않고 주얼리를 만든다고 했다.
오늘도 천사(Angel) 바디로 사용할
블루 컬러 오발 셰이프 이어링을 찾으러 왔는데 찾지 못해서
다른 모양으로 하나를 사 가서 만들어 보려고 한다고 했다.
난 오늘도 손발을 움직이며 왔다 갔다 하면서 해야 할 일이 많은데
고객들과 대화를 나누며 돕다 보니 나의 오후가 다 가버렸다.
생각해 보니 도시락도 안 먹고 엔딩 시간이 되어 버린 것이다.
중간에 아들이 우유를 한 잔 줘서 마셨고
대만제 곡물 스낵을 한 개 먹기는 했지만
시장기는 오후 4시부터 들었는데 기회를 놓친 것이다.
아들 퇴근 후 6시부터는 식사를 했다.
먹고 나니 또 퇴근을 할 시간이 되어 있었다.
도시락 찬은 뭐였을까?
맛이 없지는 않았는데 기억이 안 난다.
집에 와서는 식사를 안 했다.
울 아들은 오늘은 핫독빵이 먹고 싶다며
그것을 해 먹겠다고 한다.
난 오늘 자정이 다 되어
가제 수건 30장, 손수건 5장
긴팔 드레스 잠옷 2벌을 다림질을 했다.
가제 수건을 나는 페퍼 타월 대신에
욕실에 두고 손을 닦을 때도 사용을 하고(울 집 부자는 아니고 나 혼자만 사용을 한다)
세면대 주위에 흘린 물기를 닦을 때도 사용을 하고
가끔씩 폰스로 얼굴을 닦아 낼 때 크리넥스 대신에 사용을 하고
세안 시 비누칠할 때도 사용을 한 뒤
손으로 빨아서 내 방안 습도 조절을 할 때도
침대 머리맡에 걸어 놓고 말리기 때문에
뜨거운 드라이어에 말리지 않아서
혹 가제 수건에 병균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갑자기 들어
뜨거운 다리미로 꾹꾹 눌러 다림질을 하고 싶었던 생각이 들었다.
다리미는 울 남편이 끼고 살아서
난 다리미 손을 안 댄 지 20년도 넘었다.
그러다가 오밤중에 다림질을 하고 있으니
울 남편이 화장실을 다녀오다 그런다.
놔두면 자기가 해 줄 텐데 그런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