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일기

월.10.21.2024. 조이스 언니댁에 다녀왔다.

wild rose* 2024. 10. 22. 16:32

 

 

마침내 늘 맘에 두고 있었던 조이스 언니댁에 다녀왔다.

오전 중 내내 내가 거기까지 갈 수 있을까? 없을까?

생각을 하면서 잠을 깼고

다행히 울 남편도, 울 아들도 가는 쪽에 더 힘을 실어 주어서

오후 2시 출발해서 1시간 걸려 목적지에 도착을 했고

3시간 동안 언니 댁에 머물다가 오후 6시에 일어나서

7시 10분에 울 집에 도착을 했다.

 

멀기도 했지만 휴스턴에서 젤 복잡한

다운타운 인근을 지나가야만 할뿐더러

그 인근이 큰 프리웨이가 3개로 갈라지는 곳이라서

가고 오는 길이 쉽지가 않았다.

 

조 언니 댁에 도착해서 보니

일, 월요일은 헬퍼가 쉬는 날이라고 하면서

딸 다이나가 엄마 곁에 와 있었다.

 

조이스 언니는 얼굴은 편해 보이고 여전히 고운 모습인데

대화는 예전 같지가 않아서 당신 친구인 요코, 울 큰언니 등등

조 언니가 그 순간 기억나는 이들에 대한 대화만 몇 마디 나누었고

서로 얼굴 쳐다보며 웃기만 했다.

 

내가 음식을 못해 왔다고 했더니

다이나가 엄마를 위해서 준비를 해 놓은 음식들이 가득 들어 있는

두 냉장고와 팬트리를 열어서 보여 주었다.

 

엄마가 드실 음식이 이렇게 많이 준비가 되었다면서 ~

 

내 생각에도 직접 요리한 음식을 안 가져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신에 한국산 약과 한 팩과 본죽에서 나온 깻잎 장아찌

여러 개가 담긴 큰 사이즈 단감 한 팩을 가져갔다.

 

조 언니께서 미국 막 도착했을 때가 1955년(?) 무렵인데

미국 음식이 입에 안 맞아서 당시 미국에서 겨우 구한

싸구려 중국 간장을 병째 핸드백에 넣어 다니면서

음식에 넣어서 드셨다고 자주 내게 말씀을 하시곤 하셨다. 

 

그래서인지 지금처럼 몸이 불편하지 않으셨을 때는

하찮은 음식이라도 내가 해 드리면 그렇게 맛있게 잘 드셨는데

언니 편찮으신 뒤로 방문 시마다 지켜보노라면

다이나 음식도 내가 가져간 음식도 너무 맛이 없게

아주 천천히 억지로 드시는 게 느껴졌고 자꾸 발목이 부어서

음식에 간을 거의 안 해서 드신다는 말씀도 하셨기에

내가 더 음식을 가져가기가 망설여진다.

 

당연히 조언니 입장에서는 80대 중반까지도

월마트나 샘스에서 카트를 밀고 다니면서

매일 엑서사이즈를 하시던 분이라

지금의 현실이 겁나 불편하시겠지만

곁에서 지켜보는 우리는 그래도 감사한 게

걷기가 불편한 와중에도 화장실도 워커를 집고

스스로 다니실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이고 감사인가?

 

또한 환자를 위해 안성맞춤으로 정리가 된 집 안에서

벽에 걸린 큰 티브이에서는 언니가 심심하지 않게

재밌는 영상이 틀어졌고 도움 이들이 24시간 곁에서 지키고 있으며

다이나가 자기 집에 머무를 때도 엄마 집 사방에 카메라가 설치되어

수시로 집 안의 모든 것을 확인하고 있다고 하니 

좋은 환경에서 그렇게 노환을 보낼 수 있다는 것도

언니의 복이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앉아 계실 때 모습만 보면 92세라고 믿을 수 없을 만큼

피부가 하얗고 주름이 거의 없으시고 너무 고와서

전혀 아프신 분 같지가 않다.

 

조 언니는 젊어서부터 유난히 햇볕을 싫어하셨다.

딸 다이나가 청소년시절부터 선탠을 하더니만 얼굴에 주름이 많다고

자주 불평을 하셨는데 대체나 어제 다이나의 모습이 피곤해 보이고

전번에 비해 나이 들어 보여서 내 맘도 짠 했다.

 

그녀는 몸이 아파서 숄더에는 핫팩을 하고 있었고

허리에는 보호대를 차고 있었다. ㅜㅜ...

나름 고통이 있을 텐데 3시간 함께 하는 동안에도

명랑하고 밝은 성품이 금방 느껴져서 곁에 있는 사람까지도

기분 좋게 해 주었다.

 

더구나 냉장고 안을 보거나, 화장실, 집안 이곳저곳 등등...

너무나 정리가 깨끗하게 잘 되어 있어서

모전여전이구나 함도 언니댁을 방문할 때마다 느끼게 된다.

 

다이나는 엄마 집에서 15분 정도의 거리에 사는데

베이타운의 2 에이커 땅에 있는 집에서 남편과 함께이라고 한다.

 

조 언니 대신에 다이나랑 많은 대화를 나눴다.

 

참 조이스 언니는 자동 의자에서 지내시는데

리모트 컨트롤이 언니를 의자에서

일으키게도, 앉게도, 눕게도 해 주는데

똑같은 의자를 두 개를 사서

하나는 리빙룸에 다른 하나는 베드룸에 두고

주무실 때도 그 자동 의자를 이용하신다고 한다.

 

더구나 조 언니는 치아도 아직 너무 좋아서

치아 대부분이 다 본인 치아라고 하셨다.

그러니 딸 다이나도

엄마에게 매매일을 기쁘게 지내셔야 한다고

그 뜻을 강조하며 말을 하는 것을 곁에서 들었다.

 

이 세상에 태어난 그 누구라도 흐르는 세월을 거스를 수가 없으니

노환을 겪어야 하는데 조 언니의 경우는 최상의 환경에서

잘 지내시고 계신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나 역시도 돌아오는 발길이 더 가벼웠다.

 

울 아들은 예전 같으면

잘 도착하셨냐? 아직도 아줌마 댁이시냐? 하며

2-3번은 연락이 왔을 텐데

어제는 아예 통화를 안 했는데

대신에 엄마 셀폰에 붙어 있는 위치 추적기로

수시로 엄마 있는 곳을 확인했다고 한다.

 

오랜만에 먼 길을 다녀오느라 피곤했는지

집 도착하니 기진맥진해서 바로 누워야 했다.

그래도 조이스 언니의 얼굴을 뵙고 올 수 있어서

내 맘은 훨씬 더 편안함을 느꼈다.

 

난 몰랐는데 다이나가 내가 지난번 가져갔던 음식의 빈 용기들을

깨끗하게 씻어서 큰 백으로 하나 가득 보관해 두었다가 돌려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