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늘 맘에 두고 있었던 조이스 언니댁에 다녀왔다.
오전 중 내내 내가 거기까지 갈 수 있을까? 없을까?
생각을 하면서 잠을 깼고
다행히 울 남편도, 울 아들도 가는 쪽에 더 힘을 실어 주어서
오후 2시 출발해서 1시간 걸려 목적지에 도착을 했고
3시간 동안 언니 댁에 머물다가 오후 6시에 일어나서
7시 10분에 울 집에 도착을 했다.
멀기도 했지만 휴스턴에서 젤 복잡한
다운타운 인근을 지나가야만 할뿐더러
그 인근이 큰 프리웨이가 3개로 갈라지는 곳이라서
가고 오는 길이 쉽지가 않았다.
조 언니 댁에 도착해서 보니
일, 월요일은 헬퍼가 쉬는 날이라고 하면서
딸 다이나가 엄마 곁에 와 있었다.
조이스 언니는 얼굴은 편해 보이고 여전히 고운 모습인데
대화는 예전 같지가 않아서 당신 친구인 요코, 울 큰언니 등등
조 언니가 그 순간 기억나는 이들에 대한 대화만 몇 마디 나누었고
서로 얼굴 쳐다보며 웃기만 했다.
내가 음식을 못해 왔다고 했더니
다이나가 엄마를 위해서 준비를 해 놓은 음식들이 가득 들어 있는
두 냉장고와 팬트리를 열어서 보여 주었다.
엄마가 드실 음식이 이렇게 많이 준비가 되었다면서 ~
내 생각에도 직접 요리한 음식을 안 가져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신에 한국산 약과 한 팩과 본죽에서 나온 깻잎 장아찌
여러 개가 담긴 큰 사이즈 단감 한 팩을 가져갔다.
조 언니께서 미국 막 도착했을 때가 1955년(?) 무렵인데
미국 음식이 입에 안 맞아서 당시 미국에서 겨우 구한
싸구려 중국 간장을 병째 핸드백에 넣어 다니면서
음식에 넣어서 드셨다고 자주 내게 말씀을 하시곤 하셨다.
그래서인지 지금처럼 몸이 불편하지 않으셨을 때는
하찮은 음식이라도 내가 해 드리면 그렇게 맛있게 잘 드셨는데
언니 편찮으신 뒤로 방문 시마다 지켜보노라면
다이나 음식도 내가 가져간 음식도 너무 맛이 없게
아주 천천히 억지로 드시는 게 느껴졌고 자꾸 발목이 부어서
음식에 간을 거의 안 해서 드신다는 말씀도 하셨기에
내가 더 음식을 가져가기가 망설여진다.
당연히 조언니 입장에서는 80대 중반까지도
월마트나 샘스에서 카트를 밀고 다니면서
매일 엑서사이즈를 하시던 분이라
지금의 현실이 겁나 불편하시겠지만
곁에서 지켜보는 우리는 그래도 감사한 게
걷기가 불편한 와중에도 화장실도 워커를 집고
스스로 다니실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이고 감사인가?
또한 환자를 위해 안성맞춤으로 정리가 된 집 안에서
벽에 걸린 큰 티브이에서는 언니가 심심하지 않게
재밌는 영상이 틀어졌고 도움 이들이 24시간 곁에서 지키고 있으며
다이나가 자기 집에 머무를 때도 엄마 집 사방에 카메라가 설치되어
수시로 집 안의 모든 것을 확인하고 있다고 하니
좋은 환경에서 그렇게 노환을 보낼 수 있다는 것도
언니의 복이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앉아 계실 때 모습만 보면 92세라고 믿을 수 없을 만큼
피부가 하얗고 주름이 거의 없으시고 너무 고와서
전혀 아프신 분 같지가 않다.
조 언니는 젊어서부터 유난히 햇볕을 싫어하셨다.
딸 다이나가 청소년시절부터 선탠을 하더니만 얼굴에 주름이 많다고
자주 불평을 하셨는데 대체나 어제 다이나의 모습이 피곤해 보이고
전번에 비해 나이 들어 보여서 내 맘도 짠 했다.
그녀는 몸이 아파서 숄더에는 핫팩을 하고 있었고
허리에는 보호대를 차고 있었다. ㅜㅜ...
나름 고통이 있을 텐데 3시간 함께 하는 동안에도
명랑하고 밝은 성품이 금방 느껴져서 곁에 있는 사람까지도
기분 좋게 해 주었다.
더구나 냉장고 안을 보거나, 화장실, 집안 이곳저곳 등등...
너무나 정리가 깨끗하게 잘 되어 있어서
모전여전이구나 함도 언니댁을 방문할 때마다 느끼게 된다.
다이나는 엄마 집에서 15분 정도의 거리에 사는데
베이타운의 2 에이커 땅에 있는 집에서 남편과 함께이라고 한다.
조 언니 대신에 다이나랑 많은 대화를 나눴다.
참 조이스 언니는 자동 의자에서 지내시는데
리모트 컨트롤이 언니를 의자에서
일으키게도, 앉게도, 눕게도 해 주는데
똑같은 의자를 두 개를 사서
하나는 리빙룸에 다른 하나는 베드룸에 두고
주무실 때도 그 자동 의자를 이용하신다고 한다.
더구나 조 언니는 치아도 아직 너무 좋아서
치아 대부분이 다 본인 치아라고 하셨다.
그러니 딸 다이나도
엄마에게 매매일을 기쁘게 지내셔야 한다고
그 뜻을 강조하며 말을 하는 것을 곁에서 들었다.
이 세상에 태어난 그 누구라도 흐르는 세월을 거스를 수가 없으니
노환을 겪어야 하는데 조 언니의 경우는 최상의 환경에서
잘 지내시고 계신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나 역시도 돌아오는 발길이 더 가벼웠다.
울 아들은 예전 같으면
잘 도착하셨냐? 아직도 아줌마 댁이시냐? 하며
2-3번은 연락이 왔을 텐데
어제는 아예 통화를 안 했는데
대신에 엄마 셀폰에 붙어 있는 위치 추적기로
수시로 엄마 있는 곳을 확인했다고 한다.
오랜만에 먼 길을 다녀오느라 피곤했는지
집 도착하니 기진맥진해서 바로 누워야 했다.
그래도 조이스 언니의 얼굴을 뵙고 올 수 있어서
내 맘은 훨씬 더 편안함을 느꼈다.
난 몰랐는데 다이나가 내가 지난번 가져갔던 음식의 빈 용기들을
깨끗하게 씻어서 큰 백으로 하나 가득 보관해 두었다가 돌려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