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일기

일.07.28.2024. 냉장고 안을 털어 일요일 식탁을 차렸다.

wild rose* 2024. 7. 29. 06:28

 

출근을 할까? 식탁을 차릴까? 잠시 망설이다가 식탁을 차리기로 했다. 기상은 이른 아침에 잠시 했다가 다시 깜빡했고 부엌으로 나간 시간은 아마도 오전 10시 무렵이었을 것이다. 첫 번째 기상을 했을 때 일요일임을 잠시 잊고 있다가 아 일요일이지 하고 맘이 조금 더 편해졌었다.

 

식사 후 전복껍데기를 보면서 생각을 했다. 어쩌면 울 조상들은 전복껍데기를 재료로 화려한 자개가구를 만들 생각을 했지 하고~ 조개껍질이 놓여 있는 욕실의 장식 세라믹 그릇 안에 전복껍데기를 버리지 않고 함께 넣어 놨다.

 

 

어묵 3장과 무 반 개로 어묵탕을 끓였는데 아주 맛있다며 울 아들이 잘 먹었다. 울 남편은 어묵 한 팩을 사다 놓으면 그것을 다 넣어 겁나게 많은 양의 어묵탕을 끓여 놓는다. 울 남편에 비하면 나는 참 알뜰하다고 스스로에게 칭찬을 해 준다.

 

 

찬이 별로라서 남은 채소와 스팸 그리고 과일로 채소쌈 재료를 준비를 했고 나랑 울 아들은 맛있게 먹었다. 아들이 채소들은 맛이 있지만 김이 별로라고 했다. ㅎㅎ... 양념이 안 된 김이 더 건강에는 좋다고 말을 해 주었다.

 

 

마트에 가지 않았어도 울 가족 세 식구는 아주 맛있게 잘 먹은 오늘 울 집 식탁의 모습이다.

 

 

브로콜리를 고추장과 식초를 넣어 무쳤는데 나에게는 좀 매웠지만 간도 맞고 맛있었다. 울 남편이 콩나물을 잘 안 먹는데 오늘은 잘 먹었다. 평상시 사던 콩나물이 아니고 무공해라고 적힌 것인데 굵기는 좀 가늘어도 부드러운 장점은 있었다.

 

 

세탁실에 있던 냉장고의 냉장이 너무 잘 되다 보니 맨 위칸에 넣어졌던 배추 이파리 꼬리 부분이 얼어 있어서 아까웠다. 그래서 그 부분은 잘라내어 육수를 만들 때 넣었고 이파리 몇 장은 쌈용으로 나머지는 물김치를 담글 때 망에 걸러냈던 재료로 김치를 담갔다. 배추가 커서 인지 아직도 3분의 1 포기는 남아서 신문지에 싸서 이번에는 얼지 말라고 냉장고 안 야채서랍에 넣었다.

 

오징어찌개도 했는데 오늘 먹지 않고 그대로 남긴 사연이 있는데 그 사연은 나중에 말을 할 것이다.

 

 

이번에 산 감자는 어떤 것은 싹이 나려고 했고 어떤 것은 저세상으로 가려고 해서 2개는 버리고 3개는 깎아서 샐러드에 넣고 매시포테이토를 아들에게 만들어 달라고 해서 나 저녁 식사로도 먹고도 남아서 한 끼는 더 먹을 것 같다.

 

토마토도 남편이 햄버거나 샌드위치로 먹고 남은 조각들이 통에 담겼길래 주스로 만들어 먹었다. 오랜만에 주스를 마시면서 내가 왜 토마토 주스를 그동안 먹지 않았을까 생각을 했다. 그냥 썰어 먹는 토마토나 방울토마토는 나는 잘 안 먹는다. 어려서는 엄마가 설탕을 뿌려 주면은 설탕 맛으로 먹었지 싶다.

 

 

아들이 운동을 다녀오면서 타겟에서 도넛 6개를 사 왔는데 엄마가 3피스, 아들 2피스, 아빠 1피스 이렇게 먹었나 보다. 나는 점심 식사 후 1피스, 저녁 식사 전, 1피스 저녁 식사 후 1피스 이렇게 먹었다. 오랜만에 먹어서 인지 입에서 살살 녹았다.

 

 

최근에 내가 물김치를 2번을 담갔는데 국물을 낼 때 망에 걸러 냈고 남은 재료가 망 하나 가득인데 국물만 내고 버리기가 너무 아까워서 바로 냉동실에 넣었고 그것을 두 번 합치니 꽤 되었다. 그래서 오늘은 배추 이파리 몇 장과 무 그리고 적양배추 등을 넣고 막김치를 담갔다.

 

양치를 한 후에 손대중으로만 담았는데 아직 맛은 보지 않아서 잘 담가졌는지는 모르겠다. 남은 재료에 마늘과 액젓만 더 가미해 주었다.

 

 

베드에 들기 전에 끓여 놨던 육수도 컨테이너 두 개에 나눠 담고 남은 설거지 몇 개를 해 놓고 나니 나의 일요일 하루가 끝이 나 있었다. 오랜만에 복도에 있는 화장실로 가서 그곳에 놓여 있던 조개껍질을 살펴봤다. 평상시는 내 눈에 잘 뜨이지도 않는데 부러 관심을 가지고 보니 오늘은 보였다.

 

내가 직접 주워온 것은 아니고 누군가가 나에게 선물을 한 것인데 아마도 잔잔한 것은 조이스 언니가 아닐까 짐작해 본다. 가운데 큰 것하고 오른쪽 큰 조개는 옛 직원 마가렛 모친께서 멕시코에서 미국에 오실 때마다 가져다주신 것인데 내가 그분을 뵐 때마다 용돈을 드린 것이 고마우셨나 보다.

 

오른쪽 사기로 된 세라믹 조개는 그 안에 방향제가 담겨 있고 저 선물은 나 미이민 초창기 휴스턴 다운타운에서 장사를 할 때 안드레아 할머니께서 주신 것이다.

 

그분은 저것 말고도 수십 개의 이런저런 선물을 주셨다. 거의 대부분은 한국 가족들에게 보내 주었고 아직도 내게 남아 있는 것도 많다. 그분께서는 지금 천국에서 잘 계시리라 믿는다. 안경을 쓰고 늘 머리를 올린 그분 안드레아 할머니의 모습이 아련히 떠오르며 그리워지는 순간이다.

 

참! 오늘 저녁에 엘에이 막내 올케에게 전화가 왔다. 언니! 친구분이 보내 주신 것 너무 감사했어요. 너무 맛있게 잘 먹고 있는데 고사리나물을 할래면은 고사리를 얼마동안 담가야 되나요? 하고 질문을 해서 내가 하는 레시피를 가르쳐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