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좋은 선물이다, 장미, 백합, 히야신스, 카네이션,
나는 많은 꽃 중에서 카네이션을 골랐다.
그가 좋아하는 분홍 카네이션 다섯 송이와 아스파라거스 두 가지를
사 가지고 거리로 나왔다.
그는 향기가 너무 짙은 꽃을 좋아하지 않는다.
첫아기를 안은 젊은 엄마와 같이 웃는 낯으로,
가끔 하얀 케이프를 두른 양종이에 싸인 꽃을 들여다보며 걸어갔다.
누가 나보고 어디 가느냐고 물으면
나는 "우리 아기 백일 날은 내일모레예요"하고 대답하였을 것이다.
그러면 그는 무슨 소린지도 모르고 그저 웃고 지나갈 것이다.
선물은 뇌물이나 구제품 같이 목적이 있어서 주는 것이 아니라,
그저 주고 싶어서 주는 것이다.
구태여 목적을 찾는다면 받는 사람을 기쁘게 하는 것이다.
선물은 포샤가 말하는 자애慈愛와 같이
주는 사람도 기쁘게 한다.
무엇을 줄까 미리부터 생각하는 기쁨,
상점에 가서 물건을 고르는 기쁨,
그리고 선물을 받고 기뻐하는 것을 바라보는 기쁨,
인편이나 우편으로 보내는 경우에는
받는 사람이 기뻐하는 것을 상상하여 보는 기쁨,
이런 가지가지의 기쁨을 생각할 때
그 물건이 아무리 좋은 물건이라도 아깝지 않은 것이다.
선물을 받는 순간의 기쁨도 크지마는
선물을 푸는 순간의 기쁨이 있다.
이 기쁨을 길게 연장시키기 위하여
나는 언젠가 작은 브로치 하나를 싸고 또 싸서 상자에 넣고 ,
그 상자를 더 큰 상자에 넣고 그 상자를 또 더 큰 상자에 넣어
누구에게 준 적이 있다.
남에게 주는 물건들이 다 좋은 선물이 되는 것은 아니다.
양담배를 피우는 사람에게 양담배를 한 보루 주는 것은
돈으로 이삼천 원 주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그러나 늘 진로소주를 먹는 사람에게
조니워커 한 병은 선물이 되는 것이다.
백청白淸 한 항아리는 선물이 되어도
설탕 한 포대는 선물이 될 수 없다.
와이셔츠가 아니라 넥타이가 좋은 선물이 된다.
유럽에 갔다가 파리에서 사 온 넥타이라면 더욱 좋다.
촌 부인에게 광목 한 통이 비단보다 더 필요하기는 하겠지만,
양단 저고리 한 감이 정말 선물이 되는 것이다.
내가 가난한 탓인지 일 년에 한두 번 와이셔츠를 갖다 주는 사람들이 있다.
양말을 받는 때도 있다.
선물은 아름다운 물건이라야 한다.
진주 목걸이, 다이아 반지, 댄스 할 때 흔들릴 팔찌,
이런 사치품들도 좋은 선물이다.
그러나 선물은 뇌물이 아니므로 그 가치는
그 물건의 가격과 정비례되지 않는다.
값싼 물건, 값없는 물건까지도 좋은 선물이 될 수 있다.
나는 내금강에 갔다가 만폭동 단풍 한 잎을
선물로 노산鷺山에게 갖다 준 일이 있다.
그는 단풍잎을 받고 아름다운 시조를 지어 발표하였었다.
내가 받은 선물 중에는 유치원 다닐 때 삐아트리스에게서 받은
붕어과자 속에서 나온 납 반지, 친구 한분이 준 열쇠 하나,
한 학생이 갖다 준 이름 모를 산새의 깃,
무지개같이 영롱한 조가비 이런 것들이 있다.
주인공의 이름은 잊었지만,
지중해 어떤 항구에 술 파는 여자 하나가 있었다.
선부들이 항해를 하고 들어올 때면 선물을 갖다 주었다.
염주 목걸이, 조가비를 꿰어 만든 팔찌, 산호 반지,
그 선부들은 다음번에 이 항구에 왔을 때,
그 여자가 자기가 갖다 준 선물을 몸에
지니고 있지 않으면 매우 섭섭해하였다.
그 여자는 앞으로는 꼭 가지고 있겠다고 달래준다.
그러면 여자의 가슴에 머리를 박고 젊은 수부들은 울었다.
그리하여 마음 좋은 그 여자는 언제나 여러 개의 목걸이를 하고
여러 개의 팔찌를 하고 수많은 반지를 끼고 있는 것이었다.
벌써 15년 전이다.
나의 친구는 자기가 가졌던 화중 시계를 나에게 주었다.
나는 시계를 사지 못하던 형편이라
그가 시계를 준 것을 대단히 고맙게 생각하였다.
그러나 그것이 그리 귀한 선물이라고 생각지 않았었다.
그 친구는 그 후 얼마 아니 있다가 세상을 떠나고,
시계는 지금 내가 남에게서 받은 선물들 중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되었다
-
-
피천득님의 선물을 읽으면서 선물의 종류를 보면서 그 시대를 가늠하는 품목에 미소를 지어봅니다.
답글
요즘의 선물의 기준과 물질이 풍부한 시대에 선물의 의미를 새기는 글 잘 보고 갑니다.
잘 보고 갑니다.-
wild rose 2017.02.03 23:08
윗글을 읽고 공부를 했는데도 선물을 고른다는 게 참 힘든 과제라고 느껴지는 요 며칠입니다.
어떤 선물을 해야지 가족들을 기쁘게 하고 또 나는 무겁지 않게 한국까지 나를 수 있을까 생각을 하며 엊저녁에도 밤 11시까지 쇼룸에서 일을 하면서 생각케 했는데 답은 ㅠㅠ...입니다.
선물을 주는 입장에서는 엄청 힘들게 골라도 또 받는 입장에서 만족치 못 하면 그 힘듦이 아무 의미가 없는 게 되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내가 고른 선물로 상대를 많이 기쁘게 해 주는 큰 효과를 낼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는 거지요.
아무튼 이미 준비된 선물이 양이 차지 않아 더 고르려고 하다 보니 미처 정리하지 못한 실버 물건들이 가득 담긴 박스들을 발견하고는 죽어라고 일만 하다 왔답니다. ^^
-
-
선물 고르는게 여간 고민이 아닙니다.
답글
딸아이 결혼때 선물을 뭘 해야 무게 덜 나가고 적당한 것 고민하고 있습니다.
상대가 좋아할지 그게 제일 부담이 갑니다.-
wild rose 2017.02.04 03:58
사하라님 그렇잖아도 미국인 사위를 보시게 되었다는 글 읽었습니다. 선물을 하시게 되면 사돈댁에 드릴 선물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한국 드라마를 보거나 당장에 나의 한국 가족 중에서 결혼하는 모습을 보면 인사 옷이니 지참금이니 하는 말들을 들을 수 있었는데 그런 의식이 좀 많이 부담스럽겠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 사위는 그런 부담감에서는
좀 벗어 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만 어떨지 모르겠네요.
사람이 사는 곳인지라 미국도 페리스 힐튼처럼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면 부모덕을 보면서 저 좋은 것을 누리고 살겠지만 그래도 보편적인 미국인들은 보면 제 힘으로 살려고 하는 그런 의지가 강하고 선물 역시도 비싸고 그런 것보다는 자신들이 필요한 것들을 온라인 상에 올려놓으면
친구들이나 지인들이 자기 능력에 맞는 것을 거기서 골라서 준비해 주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이곳은 아기가 태어나기 전에 베비 샤워 혹은 결혼 전에 웨딩 샤우어 해서 간단하게 다과상을 마련하고 지인들이나 친구들을 초대해서 선물을 미리서 받는 파티를 많이 합니다. 그러면 필요 없는 것을 받거나 또 어떤 물건들은 같은 물건을 여러 개 받는 것보다는 낫겠지요.
제 언니 한 분도 한국에 사는데 딸을 결혼시킬 때 그랬다고 합니다. 현재 부모인 우리의 한계는 딱 이만큼이니 그 안에서 니가 필요한 것을 하라고 했더니 딸이 가능하면 덜 사고 안 사고하면서 현찰을 세이브하려고 하더래요. 그래서 언니가 맘이 더 편했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혹시라도 사돈댁이 미국인이기에 궁금하거나 하신 점이 있으면 물어보시기 바랍니다. 물론 저 역시 미국에 산다고 다 알 수는 없지만 그래도 매일 미국인들을 만나는 직업을 가졌으니 질문을 해서 다른 이들의 의견을 물어보고 반영하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으니까는요.
참 이 댓글은 사하라님만 읽을 수 있도록 비공개로 했습니다. [비밀댓글]
-
-
결혼식때 한인교회분들이 참석을 하시니 선물이 걱정이 됩니다.
답글
딸아이가 유학중 신세 진 분들도 계시고 해서 간단한 선물을 드리고 싶은데
한국인들에게 보편적인 선물이 뭘까 고민입니다.
부피도 무게도 적은 것으로 실용성 있는 것으로 하고 싶습니다.
어떤분들은 미역 김 멸치를 권하던데 괜찮을지 조언 부탁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비밀댓글]-
wild rose 2017.02.05 00:54
아~ 네, 선물을 드려야 할 분들이 많다면 음식도 가져오는 게 무겁고 쉽지가 않을 텐데 걱정이 되겠네요. 사실 따님이 큰 도시에 산다면 한국 마켓이 있어 없는 게 없이 다 있습니다.
그런데도 저의 경우 그곳에서 잘 안 사지는 게 있다면 멸치입니다. 미역이랑 김은 그래도 살만한데 멸치는 좀 많이 비싸게 느껴져서요.
최근에 외국 친구가 전에 남편이 볶아놓은 멸치볶음을 맛 있게 먹은 기억을 하고는 멸치볶음을 관심을 가지길래 함께 마켓에 가서 봤더니만 몇 번 집어 먹으면 없어질 량이 6 불돈이 붙어 있어서 세상에나~ 하고 놀랐답니다. 외국친구도 비싸다고 생각이 되었는지 사질 않더라고요.
남편은 매 년 한국에 다녀옵니다. 시댁 식구는 거의 미국에 있고 손위 누나 한 명만 있는데 가서 만나지도 않고 혼자서 그냥 돌아다니며 이것저것 사서 러기지 두 개 가득 채워서 오는데 작년 9월에 나갔을 때는 멸치와 김, 홍삼가루 노래방 기계 신형 그리고 양갱, 과자류~ 전에는 나가면 내 옷만 러기지 가득 사 왔는데 내가 입는 것만 입고 잘 안 입으니 이제는 안 사 옵니다.
울 남편은 방랑기가 있는 데다가 또 쇼핑을 좋아해서 어디를 가지 않으면 맘이 불안한가 봅니다. 저도 매일 일은 해야지 남편은 하루에도 열두 번씩 짐을 다 쌌냐고 물어보지 더구나 만 24시간 뒤면 벌써 비행기 안에 있겠다고 생각을 하니 에구 긴장이 됩니다. 정말 전 여행을 좋아하지 않거든요. 그래도 부모님이 생존해 계실 때에는 한국이 멀다 생각지 않고 매년 한 번씩 다녀오곤 했는데 아버님은 1993년도에 그리고 친정어머님을 2009년도에 잃은 후에는 나가지 않다가 이번에 가는 한국행이 만 8년만에 나가는 것입니다.
그나 언제가 따님의 결혼식인지요. 그리고 어느 지역인지? 전 텍사스 휴스턴 인근에 삽니다. 만약에 아직도 시간의 여유가 있다면 제가 한국에 다녀온 뒤에 또 다른 아이디어가 있으면 또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추위에 건강 조심 하시길~
[비밀댓글]
-
-
딸아이가 미국에서 고등학교 유학을 했는데
답글
대도시는 아니라고 하네요
뉴욕에서 5시간 떨어져 있다고 하는데
펜실베니아주라고 했습니다.
푸른하늘님하고 5시간 가량 떨어져 있다고 하는것 같은데,
들었는데 제가 잊어버렸습니다
비자 신청을 해 놓았으니 5월쯤 약혼자 비자가 나오면 미국으로 들어가서 결혼을 할 것입니다.
6월달에는 할 것 같은데 그때 딸아이는 비자 나오면 먼저 들어가고 그 후 아들하고 결혼식에 참석만 할려고 합니다.
제가 혼자 살고 있다보니 혼자라는게 이럴때는 힘이 듭니다.
제가 사는 곳하고 통영이 가깝긴 해도 날이 더워지는 철이라 멸치는 좀 망설어지는데
업자에게 상의를 해 봐야겠습니다.
이렇게 조언을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비밀댓글]-
wild rose 2017.02.05 16:38
그렇담 바로 먹을 수 있는 맛김의 선물도 괜찮겠네요. 왜냐면 미국에는 육류를 한국보다는 훨 더 가깝게 자주 접할 수 있기에 꼭 멸치가 아니라도 소고기를 넣어서도 충분히 육수 등을 낼 수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요.
요새 또 미국 텔레비전에서 한국의 김치랑 김등이 건강에 좋다고 워낙 자주 나오기 때문에 미국 슈퍼에 가도 김을 살 수가 있다고 합니다. 물론 한국보다는 더 비싸겠지요? 아무튼 아직 시간의 여유가 있으니 그래도 다행이네요.
전 지금부터 서너 시간 자고 일어나서 한국으로 출발합니다. 아무래도 한국에서는 컴을 사용하기가 힘이 들고 전화기로도 불편하지 싶네요.
아무튼 한국에 다녀와서 더 자주 이야기하기로 해요. 그럼 한국에 다녀와서 뵙겠습니다. 서울에 사신다거나 제가 시간의 여유가 있으면 사하라 님께 내가 만든 이어링이라도 한 세트 선물하고 싶은데 지방이라면 쉽지가 않겠습니다.
제가 서울에 살았어도 서울을 떠난 지가 워낙 오래되어서 서울 시내도 혼자 찾아 다니기가 힘 들더라고요. ㅠㅠ... [비밀댓글]
-
'수필 & 좋은 글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착지(着地) - 정성화 (0) | 2017.01.03 |
---|---|
여성의 미 - 피천득 (0) | 2017.01.03 |
꿈 - 피천득 (0) | 2017.01.03 |
장미 - 피천득 (0) | 2017.01.03 |
수필 - 피천득 (0) | 2017.01.03 |